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그 말에 어느 누가 반기를 들 것인가. SBS 사극드라마 '육룡이나르샤' 47회는 두 라이벌 정도전(김명민)과 이방원(유아인) 간의 최후의 전쟁이 그려졌다. 요동을 도모하기 위해 왕족과 공신들의 사병을 혁파하기에 성공한 정도전이었지만, 끝내 이방원의 왕자의 난으로 최후를 맞았다.

 

'쥐새끼처럼 도망치다 죽음을 맞았다'는 역사를 만들어낸다는 책사 하륜(조희봉)의 책략처럼 정도전의 최후는 그러하지 않았다. 비록 성균관에 마지막까지 몸을 숨기기는 했지만, 군사들을 이끌고 난을 일으킨 이방원에게 담담하게 걸어나오며 죽음앞에 의연하기만 했다. 어쩌면 정도전의 죽음을 부추겼던 데에는 그런 정도전의 의연함이 한몫을 한 것은 아니었나 싶을정도로 배우들의 열연이 시선을 끌던 1차 왕자의 난이었다.

 

정도전과 이방원은 비록 길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재상정치를 꿈꿨던 정도전이었고,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인 민본을 만들었고, 귀족들을 감찰하는 사헌부를 만들고, 왕에게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간하는 사간원을 만들며, 왕의 각종 자문을 관장하는 홍문관을 둠으로써 3사가 서로 떠들고 견제하는 체제를 만들어 권력있는 자들이 쉽게 부패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도록 만들었다는 대목은 인상적인 내용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3사를 둔다 하더라도 관료가 부패하게 되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법이 아니던가. 왕에게 옳은 소리를 내야 하는 사간원은 듣기좋은 말만 한다면 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고, 귀족을 감찰해야 하는 사헌부가 부패하게 된다면 오히려 백성들의 고초가 높아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에 정도전의 이같은 개혁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정도전은 자신이 죽게 되지만 이방원이 자신이 이루려한 개혁은 같은 정점임을 알고 있었기에 죽음이 그리 두렵지가 않았다. 왕좌에 앉게 되는 이방원은 왕의 권한을 높이고 귀족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것은 정도전의 개혁과 통하는 것이라 할만했다.

 

역사의 실존인물인 이방원과 정도전 최후의 전쟁은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47회에서 이방지(변요한)와 연희(정유미)의 슬픈 운명은 정도전의 최후보다 더 짠한 모습이기도 했다. 어쩌면 연희나 이방지 혹은 분이(신세경)나 무휼(윤균상)는 실존인물이 아닌 가공으로 만들어낸 민초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핵심에 서 있지 않고, 언제나 사냥이 끝나고나면 사냥꾼은 사냥개를 잡아먹듯이 이들 허구의 캐릭터들은 권력자들의 한수 한수에 의한 장기판의 말과도 같은 운명이라 할만하다.

 

이방원을 지키기 위해 무사의 신념을 지키고 있는 무휼, 정도전을 호위하는 이방지와 정보를 제공하는 화사단의 연희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권력층이 아닌 단지 권력있는 자들의 논리에 좌우되는 백성의 모습 그 자체라 할만하다.

삼한제일검으로 일당백의 검술실력을 갖고 있는 이방지가 정도전의 곁에 있기에 이방원은 정도전의 곁에서 이방지를 떼어놓는 계책을 세웠고, 이방지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연희는 무명에게 납치됐다. 이방원은 분이를 살리기 위해 정도전에게서 떨어졌고, 이방원에 의한 1차 왕자의 난은 일사천리로 전개됐다.

 

자신을 납치한 이유가 다름아닌 정도전으로부터 호위무사인 이방원를 떼어놓기 위한 계책임을 알아챈 연희는 스스로 자결하는 길을 택했고, 두 남녀의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못한 비극적 운명을 맞았다. 연희와 방지가 꿈꾸고자 했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정도전이 말하는 재상정치나 혹은 이방원이 말한 왕좌를 향한 야망같은 거대한 꿈도 아니었다.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자그마한 땅이면 족했다. 부유함도 아니었고, 명성을 날리는 것도 아닌 단지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조그마한 땅이 전부였던 그들은 고려말 권문세족에게 핍박받던 백성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연희의 죽음은 정도전의 최후보다 더 아리고 슬펐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세상은 권력을 쥔 자들을 보호하는 검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검이고자 했던 이방지였다. 하지만 연희는 죽음을 맞았고 이방지의 검은 길을 잃었다.

 

무휼은 정도전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방지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며 이방원이 대업을 이룰 수 있도록 길목을 지켰다. 무휼은 그저 자기를 키워준 할머니가 편안하기를 바랬고, 동생들이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부다. 권력은 무휼에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 무휼이 이방원을 호위하면서 명의 사신으로 건너갔었고, 변방에서 생존검술을 익혔다.

 

목표를 잃어버린 채 분노에 찬 이방지와 지키내야 하는 목적이 있는 무휼 두 검객의 대결은 어쩌면 전작인 '뿌리깊은 나무'에서와 같은 양상으로 갈 것인지 궁금하다. 신생국가인 조선이 건국되고 채 1대 왕이 바뀌기도 전에 칼바람이 불었다. 이방원에 의한 왕자의 난이 그것이다.

 

비록 정도전을 죽이고, 권력을 손에 쥐기는 했지만 '옥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은 스스로가 정도전의 그늘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늪속으로 빠져든 느낌이 들기도 했다. 드라마 '육룡이나르샤'가 정도전을 죽인 이방원은 아버지를 배신하고 자신의 형까지 죽이게 되는 2차 왕자의 난까지 전개될지 기대된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SBS '육룡이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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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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