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은 흥미로운 캐릭터 설정을 두고 있는 드라마다. 법정 드라마라는 부분에서 김석주(김명민)의 캐릭터는 흔히 힘없는 약자의 편에 서서 변론을 하는 올바르고 정의감이 넘치는 변호사의 모습은 아니다. 초반에 보여졌던 김석주의 이미지는 약자에게 올바른 법의 판결을 이끌어내는 정의감이 가득한 법조인이 아닌 강자에게 기대어 높은 수임료를 챙기는 악독한 법조인으로 볼 수 있을 법하다. 그 때문에 사고를 당하고 단기기억상실이라는 병을 앓게 된 김석주의 모습을 보면서 변화되는 법조인의 모습을 희망하기도 했었다.

헌데 곰곰 생각해보면 올바르게 힘없는 약자의 편에 서서 변호해주는 민선변호인의 모습을 갈망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독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개과천선 6회에서는 의외의 모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기업들의 뒤를 봐주는 로펌변호사에서 살인죄를 뒤집어쓴 정혜령(김윤서)를 변호하기에 나선 모습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인물이 된 셈이다. 내연녀로 몰아 정혜령을 오히려 궁지에 몰아놓았던 김석주가 이제는 자신의 무죄를 규명하기 위해서 스스로 변호인이 되어 나타났으니 정혜령으로써는 납득이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이해불가다. 머리까지 아파온다.


허나 한가지 물음을 던져본다.
과연 법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것일까? 아니 법은 평등하다. 단지 법을 통해 사람들의 죄를 따지는 판사와 변호인단에 의해서 죄가 있고없고가 판가름날 뿐이다. 그 때문에 돈이 많은 기업들은 능력있는 변호사를 고용해 자신들의 회사를 지켜낼 수 있고, 부자들도 실력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들의 유죄를 무죄로 만들어버린다.

'무죄는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라는 말은 상당한 설득력을 둔다. 차영우(김상중) 펌의 에이스인 김석주는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자신들의 회사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는 시비를 맡아주길 원한다. 열명의 변호사가 있다 하더라도 한명의 능력있는 변호사가 있다면 응당 한사람에게 비싼 수임료를 주고 기업들이 옮겨가기 마련이다.

드라마 '개과천선'은 법에 대한 사각을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라 할만하다. 법적 공방이 치열하다 하더라도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언변과 정보력을 갖고 있다면 능히 재판결과는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힌다. 그것이 김석주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자 차영우도 쉽게 김석주를 놓아주지 못하는 이유였다.

초반 김명민에 의해서 그려지던 김석주가 변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었다. 헌데 6회를 시청하면서 온화하고 상냥하게 변하는 김석주의 변신을 바라기보다는 더 독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왜였을까? 정혜령의 살인죄에 연류되어 있는 기업의 비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박동현(이정현)의 죽음으로 기업에서는 정혜령을 살인자로 만들어놓으려 하고 있는 이는 박동현이 과거 룸살롱 여자와의 관계에서 아이가 임신된 사실이 있었고, 세간에 박동현의 행보가 드러나게 되면 기업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이었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기업의 폭력앞에서 정혜령은 힘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면 정혜령을 변호하기 위해 나선 김석주는 어떨까? 대기업을 주무르기 위해서는 보다 더 독한 캐릭터가 되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김석주의 아버지 김신일(최일화)은 법조계에서 존경을 받은 인물이었다. 한때 김석주와 같은 일을 했던 변호사였지만 민선변호사로 활약했던 젊은날을 보냈다. 김석주와 아버지 김신일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묘한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는데, 거기에는 차영우 펌에서 일하면서 기업들의 구린 뒷처리를 해주는 로펌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변호사가 된 아들 김석주가 법의 판결을 기업들 배불리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하게 여겨질 해 보였다.

김석주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자본을 등에 업고 있는 기업이다. 정혜령에게 '살인을 했는가'라는 물음에 정혜령은 '죽이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의뢰인의 말은 그대로 믿어야 하는 것이 변호인이라는 점에서 김석주의 민선변호인의 모습은 반가웠다. 하지만 상대해야 하는 상대가 자본과 권력까지도 흔들 수 있는 상대라면 김석주의 온화하고 따뜻한 이미지로의 변신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한차례 합의로 재판결과를 이끌어가기는 했지만, 정혜령은 기업과 자신을 변호했던 변호사 모두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비싼 수임료는 돌려받지 못했고, 살인이라는 죄목으로 재판이 판결된 것이다. 죽은 재벌2세인 박동현의 치부를 감싸기 위해서 재벌이 움직이는 수위는 높기만 한 모습이다.


여전히 의문스러운 인물이 대표이사인 차영우(김상중)이다. 김석주와 아버지의 관계나 어렸을 적 김석주 아버지인 김신일의 행적까지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차영우다. 사고로 어려운 일들을 일체 빼내고 휴식을 제안하는 차영우는 기업들의 로펌에서는 알아주는 차영우펌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김석주를 통해 기업들은 막대한 금액의 수임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차영우펌을 이용한다. 실력이 우수하기는 하지만 차영우에게 숨겨진 반전의 비밀이 남아있을지도 궁금한 부분 중 하나다.

김석주를 서포트하기 위해서 인턴인 이지윤(박민영)을 김석주의 옆집으로 이사시킨 것은 그만큼 김석주의 능력을 알아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석주를 통해서 회사에 상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계산이 숨어있기도 하다.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가족으로 구성된 기업이라면 함께 굶을 수도 있겠고, 수익이 생겨난다면 분배를 하는 과정에서도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로펌이라는 곳이 어디 그럴까.

김석주의 아버지 김신일이 아들이 로펌에서 기업의 못된 부분을 긇어주는 일을 한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민선변호사로 옥살이까지 했던 전례가 있는 아버지로써는 아들의 로펌이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건이나 정혜령의 살인죄 기소가 그러하다. 김석주의 지난 행적은 진흙탕속에서 싸웠던 것이나 다름없는 기업들의 난잡한 사건들이 태반이라 할만하다. 착한사람으로 변해버린 김석주를 환영하기보다는 오히려 독기가 살아있는 김석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혜령의 사건은 하나에서 열까지 김석주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기업은 결국 합의가 아닌 살인이라는 죄목으로 정혜령을 몰아갔고, 사람을 죽이지 않은 정혜령은 살인범이 되어버렸다. 감옥에서 나가고 싶으면 자신을 찾으라는 김석주 변호사에게는 '변호해야 하는 고객의 말은 절대적으로 믿는다'는 원칙이 있었다. 그것이 죽은 박동현에게도 통용되는 것이었고, 김석주가 악한 것이 아니다.

죄는 만들어진다. 유죄와 무죄의 성립은 결국 죄가 있고없고를 증명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라는 것이 드라마 '개과천선'에서 보여지고 있다. 기업을 상대로 정혜령을 변호해야 하는 김석주에게 필요한 것은 착한 민선변호사의 모습이 아닌 악인의 날카로움과 매서움이 아닐까 싶기만 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

<유익하셨다면 쿠욱 추천버튼을 눌러주세요~~>
Posted by 뷰티살롱

댓글을 달아 주세요

script type="text/javascript" src="//wcs.naver.net/wcslog.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