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에 다니는 한 친구는 일주일에 2~3일 야근에 시달리는데, 간혹 한밤중에 전화해서 퇴근하는 길에 전화했다면 술한잔 하자는 연락이 오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업무가 끝나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볼 수 있는 것이 년중행사를 방불케 하기도 하는데, 9시나 10시경에 한잔 하자며 만나자고 하면 줄곧 회사이야기로 끝을 내는 친구이기도 하지요.


만나기로 한 하루 전날 전화가 와서 얼굴이나 한번 보자며 막무가내 식으로 주소지를 찍어주고는 7시까지 나오라는 친구의 말에 거절의 말 한마디 못하고 약속을 정했드랬습니다.

명동에서 다니는 친구인지라 용산 인근의 음식점으로 보여지는데, 이촌역에서 가까운 곳이더군요.

술도 한잔 할겸해서 차를 두고 전철로 이동했는데, 이촌역 3-1번 출구가 가장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깔끔한 성격이어서 소주에 삼겹살을 주로 많이 먹는 저와는 달리 일식이나 요즘 서울에서 많이 생기고 있는 이자카야 선술집을 좋아하는 친구이기도 한데, 주로 바이어와의 미팅 등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음주문화도 남다른 친구이기도 합니다.


이촌역 3-1번 출구로 나오게 되면 용강 중학교와 신용산 초등학교가 바로 보이는데, 이촌로를 건너 몇개의 상가들과 주거단지들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 보입니다.

약속장소인 모로미쿠시

역시 이자카야 선술집이 아닐까 싶었어요.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편의점에 들러 캔커피를 사들고 거리를 살펴보니 왠걸로 언제 피었는지 벗꽃이 만발하려 하는 게 계절이 벌써 이렇게 지났구나 싶은 생각이 퍼득 들더군요. 엇그제까지만 하더라도 저녁이면 차가운 기온이 느껴지기만 했었는데...


정통 일본 이자카야 음식점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모로미 쿠시' 라는 글씨가 저녁이 되자 불빛에 노출되어서 환하게 비추고 있는 2층입니다.


간만에 친구때문에 알게 된 곳이기도 한데, 1층에는 주차장이 위치하고 있는데 발렛으로 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답니다.

이촌역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어서 찾아오기가 쉽지는 않아보이는 곳이기도 한데, 분위기로는 꽤 괜찮은 곳이기도 해 보였어요.

그나저나 약속시간이 임박해서 친구한테는 연락도 없어서 혹시 먼저 와서 기다리는 건 아닌가 싶어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깔끔한 실내에 불빛도 환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어둡지 않은 적당한 밝기의 실내 체광이 왠지 술땡기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더욱이 모로미쿠시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곳이 주방과 인접해서 만들어져 있는 바 형태의 테이블입니다.


아직 친구가 도착하지 않는 관계로 바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로 했었어요. 워낙에 일도 많고 미팅이 잦은 친구인지라 얼굴보기 하늘의 별따기이기도 해서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반갑기만 했었습니다.

기다린 지 10여분이 지날 즈음까지 출입문 쪽으로 친구 얼굴이 보이지가 않아서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해 문자를 보내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헉!!

딩동~~

'회의가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끝나고 바로 갈께'

예상했었던 일이지만 약속시간 지나서 연락을 주다니... 속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었지만 평소 만나는 시간이 9~10시경이었으니 7시에 만나자는 건 좀 이른 시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서 금새 화가 누그러 졌어요.

그나저나 이자카야 선술집에 와서 혼자서 시간을 때우다니.....


식전이라 요기를 할 수 있는 안주를 주문하려고 메뉴를 살피고는 볏짚 타다키를 주문했습니다.

한우 볏짚 타다키 였는데, 타다키라는 요리는 불에 겉을 살짝 태우는 요리라고 보시는 될 듯 합니다.

늦게 오는 죄로 술값이나 왕창 덤태기 씌울 심산으로 비싼 음식이나 주문해야지 하고 도쿠리 한병도 주문했습니다.


안주가 나오기 전에 뜨겁게 데운 도쿠리 한병이 먼저 식탁에 나왔는데, 기본안주로 콩깍지 삶은 것이 나왔어요.

정종을 데워놓은 술이 일본 도쿠리이기도 한데, 왠지 술을 데워서 마시는 것도 색다른 맛이 나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술꾼은 아니지만 간끔 오늘 만나는 친구와는 일식집에서 주로 만남을 갖었었던지라서 사케를 접해보았었답니다.


동부이촌동 맛집 모로미 쿠시에서는 하우스사케를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정통 이자카야 음식점인데, 다양한 사케들이 준비되어 있는 곳입니다. 가격도 저렴한 사케들이 많은데, 소주를 즐겨 마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헉' 소리나는 사케 금액에 놀랄 수 있을 겁니다. 헌데 사케 한병의 용량을 보신다면 사케 한병으로 4~5명이 마실 수 있으니 용량대비로 보신다면 높은 다소 위안이 되실 겁니다.^^


확 트여있는 홀은 오픈 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주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로 앞에서 요리사들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혼자서 장시간 동안 앉아있어도 지루하지는 않는다는 게 이런 류의 아자카야 집이기도 하지요.


다양한 종류의 사케들이 진열 인테리어 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앞에 진열되어 있는 사케와 모로미 쿠시 전단지가 올려져 있는 모습인데, 전단지를 올려놓은 것도 하나의 소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케 한잔을 마시고 모로미 쿠시 내부를 이곳 저곳 찍다보니 어느새 등장한 '한우 볏짚 타다키'

보기만 해도 비주얼만으로도 먹음직스러운 모습의 요리가 아닌가요^^

배도 고프겠다 싶어 일단 시식부터 ㅎㅎ


생각했던 것 이상의 감칠맛이 나는 요리였어요.

소고기의 맛과 소스의 배합이 적당하게 배어있어서 씹는 질감도 좋고, 특히 식전이었던지라 배고픔도 멈출 수 있게 해준 음식이었습니다^^

40여분이 지나서야 친구가 도착했을 때에는 타다키 요리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즈음이었어요.

"미안, 생각지도 않게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됐다.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뭘 그러냐. 왠지 이럴 줄 알았다"


메뉴를 다시 주문하기로 했는데, 친구도 식전이라서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일단 모듬 사시미 하나 주세요~~"

메뉴를 덮고는 사케 한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요즘들어 부쩍 일이 많아졌다는 친구의 얼굴은 밝지가 않아 보였어요. 일이 많으면 좋은 거 아니냐면서 위로를 해주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일이 많아서 바쁜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실적도 있고 수당도 많았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일은 많지만 수익은 좋지가 않다고 하더군요.

잦은 회의에 야근이 많은데 비해서 업무대비 수익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얘기지요.


커다란 접시위에 등장한 모듬 사시미 입니다.

갖은 횟감과 채소가 예쁘게 담겨져 있는 모습이예요. 먹기보다 보기만 해도 술맛이 절로 나는 듯하다는 ~


횟감도 눈으로 보기에 무척 신선해 보였습니다.

이자카야, 일식으로는 둘째가라면 인정하는 친구는 대뜸 사시미 요리중에서 뱃살로 보이는 회를 한점 찍어먹어보더니

"음~ 살아있네 살이있어~"


저도 참치를 집어먹어 보았습니다.

일식집에 가면 가장 많이 접하는 게 역시 참치와 연어 아닐까 싶어요.


소주와 삼겹살을 주로 마시는 저는 일식 요리로는 회를 그중에서 많이 먹어보기는 했는데, 음식점들마다 맛이 다르더군요. 특히 참치회의 경우에는 회를 씹는 맛이 느껴지지 않고 그대로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듯하는 경우도 많은데, 씹는 맛을 못보는 경우에 해당하지요. 모로미 쿠시 모듬 사시미를 먹으면서 참치회의 씹는 식감이 다르다고 느껴져서 좋았어요.


보양식이라 불리는 굴도 비릿한 맛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레몬즙을 살짝 찍어서 먹었는데 비릿한 맛이 전혀 들지 않고 싱싱한 것이 제대로 된 이자카야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와 사케 몇 순배를 들이키고서는 금새 동이난 사시미였던지라 안주를 하나 더 주문하기도 했어요.

출출했던지라 식사겸 안주로 맛본것이 화근이었나 봅니다.


모듬야끼도리 5종입니다.
 꼬치구이라고 보시면 될 듯한데, 배도 부르고 해서 적당하게 즐길 수 있는 안주가 아닐까 싶어요.

사케를 마시면서 친구는 늦어서 몇번인가를 미안하고 몇번인가를 사과했어요. 느닺없이 일정에도 없던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퇴근하기 전에 시작된 회의가 길어져 2시간여동안 마라톤으로 되었다는 거예요.

헌데 결과적으로는 회의를 통해서 이루어진 결론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데에 쓴웃음을 짓고는 또 한잔을 마시더군요.

요즘에는 회의가 많아지는게 매번 그런 식이라며 하소연 하기도 하구요.

클라이언트들과의 미팅도 많아졌지만, 예전과는 달리 까다롭게 변했다면서 요구하는 것도 많아졌다고 해요. 그만큼 업무는 많아진 반면에 실직적으로 수익은 반감된 것이라는 얘기지요.


이자카야 바에서 친구와 함께 즐기는 정통 이자카야 요리들과 도쿠리에 취해서 금새 두어병이 비워지고 몸도 취해갑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있다는 게 이럴 때에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어요.


5종 야끼도리를 한꺼번에 먹기좋게 접시에 담아서 놓았어요. 꼬치에 있는 걸 들고 먹으면 먹고싶은 것을 못 먹을 수 있으니까 분리시켜 놓는게 나을 듯 싶어요^^


계란 간장소스에 찍어서 먹어본 야끼도리 5종 모듬은 간편하게 즐기기에 좋은 안주였어요.

퇴근하고 가볍게 가까운 지인과 술한잔이 생각날때 찾아가기에 좋을 듯한 곳이 '모로미쿠시' 이자카야가 아닐까 싶어요. 분위기도 좋고 특히 같은 회사 동료라면 테이블에 마주앉아서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나란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분위기를 싫어한다면 테이블이 격리되어 있는 룸을 이용하는 것도 좋아요.

4인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별도의 룸이 있기도 한데, 6명까지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의 룸이 4개 정도 안쪽에 마련되어 있답니다.


비즈니스로 바이어와의 미팅이 잦은 샐러리맨들이라면 접대하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해 보입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업무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룸이 있습니다.

회식을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제가 갔을 때에도 회사 회식으로 온 10여명의 손님들이 안쪽 대형 룸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보였답니다.


개인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타입은 아니지만 술자리를 좋아하기는 합니다.

술이란 마시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마시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사람, 좋은 음식, 좋은 술은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요.


약속시간보다 늦게 온 미안함으로 친구가 계산을 했는데, 혼자와서 먹었던 타다키 안주가 왠지 미안해주더군요^^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친구와의 가벼운 술한잔이 한편으로는 기분좋기도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었어요. 예전보다는 일은 많아졌지만 업무대비에서 고단해졌다는 샐러리맨의 비애에 동감했던 술자리였으니까요.

동부이촌동 맛집으로 정통 이자카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모로미 쿠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라서 데이트하기에도 손색이 없었던 음식점이었어요. 따뜻한 사케 한잔에 업무에 지친 샐러리맨들에게 휴식같은 이자카야 전문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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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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