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돼면 대진운을 원망할 밖에 없겠다. MBC의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 대한 얘기다. '미스코리아'가 현재 2010년 혹은 2013년의 대회를 시대적 배경으로 했더라면 '그저그런' 로맨틱멜로물로 평가마저 저평가 될 수 있었겠지만 1997년 IMF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할 점이다.

경제적으로 1997년은 마치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온 나라가 떠들석하던 시기였다. 자금력이 부족했던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고 실업자들이 속출하던 시기였었고, 대학생들은 취업재수생 행렬이 이어지던 암울했던 시기가 아니었던가. 케이블 채널인 '응답하라 1994'가 1997년 IMF 시대를 그리며 히트를 쳤던 모습과 비교한다면 공중파 방송인 MBC의 '미스코리아'는 같은 시기를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율에서는 참패를 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청율이 작품의 전부는 아니라 할만하다. '별에서 온 그대'의 환타지에 시청자들이 매료된 것은 그만큼 '미스코리아'가 대진운이 지지리도 없다는 얘기일 밖에 없겠다.

극과 극의 양상을 보는게 1997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안스러웠던 시기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주는 대회라 할만하겠다. 경기하락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끊기게 된 1997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57년부터 시작된 이래로 대회무산이 될 위기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경기하락과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게 되면 그때마다 사람들을 희망으로 연결해주는 무언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나 혹은 2002년 월드컵 경기가 그러했었고, 과거 80년대에는 레슬링 경기가 그러했었다. IMF 시기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1998년에 LPGA에서 우승했던 골프선수 박세리의 우승소식이었을 거다. 호수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서 양말을 벗고 맨발우승을 차지했던 박세리의 골프소식은 온국민이 하나의 희망을 만들어놓은 것이라 할만했었다.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시청율과는 달리 윌메이드 작품이라는 데에는 두개의 세계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함의 정점인 미스코리아 대회와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암울했던 시대의 모습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컬인 오지영(이연희)은 대량실업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캐릭터라 할만하다. IMF 이전의 백화점이라는 세상은 화려함과 귀족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경기하락과 외환위기로 인원감축이 뒤따랐다. 몸매와 예쁜 것 빼고는 가진것이 없는 오지영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반드시 진출하고자 했던 데에는 김형준(이선균)과의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기 이전에 생존을 필요한 것이다.

사랑은 사치스러움일 뿐이다. 김형준과 오지영의 사랑을 보게되면 서로가 서로를 향한 마음은 변한 것이 없지만, 그들에게 사랑은 수단이 되어 있었고, 목적을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 오지영과 김형준의 사랑만이 그러할까?

사채꾼 깡패 정선생(이성민)은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1997년이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라 할만하다. 달달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오지영-김형준 커플에 비해 정선생의 삶은 그 자체가 1997년이라는 얘기다. 떼인 돈을 가져가지 못하게 되면 김형준에게 보험계약서를 찍게 만들어 목숨을 위협하는 사채꾼의 협박에 정선생은 비비화장품의 샘플과 성분분석표를 빼돌리려 했다. 고화정(송선미)을 좋아하지만 그마저도 정선생에게는 사치에 불과하다.

1997년 시대적으로 사회는 불안했었다. 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사채로 급전을 만들어쓸만큼 절박했었던 시기였었고, 사회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지며 희망이라는 불씨를 일으키던 때가 아니었던가. 그 아픔 시대의 모습이 묘하게도 정선생이라는 캐릭터와 조화되어 보이기도 하다.


시대를 달리해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2010년 이후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배경으로 시대적 배경으로 잡았었다면 그저 그런 로코물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1997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나 드라마의 이야기도 몰입도를 높인다.

오지영이 미스코리아 서울본선에 진출하기만 하면 모든 일들은 술술 풀리게 될 듯해 보인다. 김형준은 오지영을 이용해 자신의 비비화장품 회사를 홍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단순간에 비비화장품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고. 정선생은 김형준이 받은 투자금을 사채빚으로 탕감할 수 있으니 숨막히는 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는 느릇이다. 오지영은 실업자에서 일약 만인이 우러러보는 미스코리아가 되어 부를 거머쥘 수 있게 되는 상태이니 이보다 좋은 솔루션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경쟁은 많고, 오지영과 김형준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빈 몸뚱아리 뿐이다. 경쟁자에 속하는 마에리(이미숙) 원장은 10명이나 미스코리아 진을 배출시킨 배테랑이 아니던가. 초짜배기인 김형준은 오로지 자신들의 화장품 하나에 기댄채 미스코리아에 진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를만큼 어리숙한 신출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경쟁자인 마에리를 찾아가 김형준과 오지영은 미스코리아 서울본선 무대 5분전의 모습을 만들어달라며 조언을 구했다. 적과의 동침이다. 미스코리아 7회에서는 오지영의 미스코리아 만들기에 희망을 발견한 회이기도 하다. 가진것도 없고 실력은 고사하고 경험조차도 전부한 김형준이 오직 자신의 회사 화장품만으로 여자친구였던 오지영을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에리 원장과의 M&A가 뒤따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게 만든 회이기도 했다. 비비샘플을 빼돌리기 위한 하이에나들의 고단수 전략은 김형준 회사로써는 숨겨진 위기라 할만하다. 바다화장품의 김강식 기획이사(조상기)는 정선생을 이용해 비비샘플과 성분분석표를 빼돌리려 하고 있고, 투자전문가인 이윤(이기우)는 형준의 회사에 투자하기보다는 오히려 회사를 송두리째 빼앗으려는 음모를 세웠다.

IMF 시기에 어려웠던 기업들은 도산도 많았지만 그와 함께 인수합병 역시 많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비비화장품을 노리는 김강식과 이윤의 먹이사슬 관계는 화려함을 가장한 미스코리아 미인대회와는 또다른 관전포인트라 할만하다. 일종에 마에리와 형준이 의기투합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게 이러한 기업간의 먹고먹히는 인수와 합병싸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적잖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아 실망스러운 캐릭터가 김재희(고성희)라 할만하다. 배우 이연희의 놀라운 연기력 발전이 화제가 되는 작품이 '미스코리아'이기는 하지만 작품상에서 오지영과의 최대 라이벌인 김재희의 포텐을 터뜨리지 않는 점은 아쉬운 점이라 할만하겠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세가지라 할만하다. 미스코리아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놓은 사자머리와 수영복 심사 그리고 그해의 미스코리아 진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진은 둘이 될 수 없다. 단 한명 뿐이다.

마에리는 자신에게 있었다면 사자가 될 아이가 형준에게 가서 하이에나가 되지 않기를 당부했다. 이는 자신에게 히든카드인 김재희마저도 이미 오지영과의 경쟁에서는 밀린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 아닌가. 비록 미스코리아 진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 단언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재희가 미스코리아 진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마에리 원장의 실수라 할만하겠다.

마에리와 형준의 의기투합을 위해서는 어떤 극단의 모습이 예상되는가? 혹은 김재희의 존재감이 살아나기 위해서라면 어떤 극단의 처방이 있어야 할까? 짐작하겠지만 바로 마에리 원장의 라이벌인 체리미용실 원장인 양춘자(홍지민)에게로 가게 되는것은 아닐까 싶다. 이는 형준과 이윤 김강식 간에 벌어지는 화장품 업계의 기업사냥과 기밀유출과 맥이 같이하는 부분이라 할만하다.


오지영이 없는 마에리 원장에게 에이스는 단연 김재희다. 자신의 손에 의해서만 미스코리아 진이 될 수 있는 캐릭터가 김재희다. 하지만 김재희로써는 마에리의 오지영에게 보내는 눈빛은 영원한 2인자일 수 밖에 없다. 김재희가 마에리를 떠나고 양춘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미스코리아 본선대회를 위한 포석인 서울본선 대회를 남겨두고 마에리는 오지영에게 대회 5분전 모습인 자신만의 노하우인 사자머리를 선보여주었다.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기이자 대회 참가자를 돋보이게 하는 헤어스타일이다. 얼굴을 작게 만들고 팔등신 몸매에 남성들에게는 여성의 풍성한 머리를 선보임으로써 모성애를 자극하게 만드는 최고의 무기가 아닌가.

본선대회도 아닌 서울예선이 열리기도 전에 마에리 원장이 오지영에게 본선 5분전 머리를 선보여준 데에는 앞으로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해 보였다. 비록 라이벌로 돌아선 김형준-오지영이지만 마에리 원장에게 오지영은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진을 수상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자 자신에 의해서 무대에 올려지게 될 마지막 참가자임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이들은 과연 미스코리아 본선대회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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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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