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와 장어로 유명한 전북 고창은 11월 초 가을 단풍이 절정이다. 파란 가을 하늘빛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선운산은 오색빛깔로 넘실거리는 모습이다.
고창을 찾는 여행자들이면 아마도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지만, 역시 선운사를 답사하지 않는다면 고창을 찾았다고 할 수 없으리라 여겨기지도 하다. 특히 가을색으로 물들어있는 11월에 찾는다면 말이다.
전국의 명승고적은 저마다 매력을 발산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어느 지역을 찾게 되면 오래된 사찰을 찾곤 하는데, 사찰이 위치한 곳은 자연과의 조화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를 끼고 도는 주진천을 따라 형성된 음식점에서 허기를 채우고 잠시 휴식겸 '힐링파크 베피팜'을 찾았다.
고창의 대표적인 생산물인 복분자를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나가면서 주변 농가의 소득증대까지 도움을 주는 베리&바이오식품연구소 인근에 위치해 있는 베리팜은 복분자를 이용한 초코파이가 유명하다.
베리팜에서는 다양한 특산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가볍게 음료 한잔을 마시면서 찰나의 지나가는 시간속에서 잠시 사색에 빠져볼 수도 있을 법한 곳이기도 하다.
전북 고창을 하루만에 투어한다는 건 가능한 일이겠지만, 바쁘게 지나치듯 여행하는 것은 권하는 바는 아니다. 오히려 찾아볼 곳도 많은 곳이 고창이라는 지역이다.
베리팜에서의 잠깐의 휴식을 뒤로 하고 선운사로 향했다.
선운사의 가을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여행객들로 11월 초의 주말은 붐비는 광경이었다. 사시사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한데, 겨울에 찾는다면 아마도 눈꽃속에 피어오르는 동백꽃의 향연을 볼 수 있을 것이고, 봄에 찾는다면 초록의 무성함을 볼 수 있게 될 듯하다.
가을의 선운산은 마치 꼬꼬마 초동의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듯 형형색색 물들어있는 모습이었다. 선운사를 관람하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사실 선운산은 선운사 초입까지 조선된 산책로를 따라 걷기에도 꽤나 운치있는 모습이다.
특히 주차장 인근에 조성된 생태숲은 입장료와는 별개로 누구나 무료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생태연못에는 잉어들이 헤엄을 친다.
산책로를 따라 선운사 방향으로 걸어가면 길가에는 가을별미인 은행을 볶아서 파는 노점상도 보이고, 막걸리와 파전을 하는 노점상도 있다. 특히 복분자 원액을 파는 노점들은 심신찮게 볼 수 있다. 가을에 수확한 다양한 고창의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선운사에 도착해 경내로 진입하면 가을의 색채는 더욱 선명해 지는 모습이다.
선운천을 끼고 흐르는 가을의 시냇물은 물색마저 맑아 보이고 그 아래에는 언제 떨어졌는지 낙엽들이 수북히 내천을 이르는 모습이 광경이다.
은행나무잎은 언제 물감을 풀었는지 노랗게 물이 들었고, 떨어진 잎사귀로 바닥은 마치 황금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모습이다.
어디를 카메라에 담아야 가을색이 완연한 선운사와 선운천을 보여줄 수 있을까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지만 역시 욕심일 뿐이다.
자연의 색을 그대로 담아내기엔 인간이 만들어놓은 과학의 도구는 한낱 허접한 것인가 하는 허탈감마저 들게 만든다.
선운사를 찾은 것은 처음은 아니다. 봄과 여름철에도 왔었는데, 그때마다 선운산의 절경은 색다른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맞는 모습이다.
일상의 피로를 풀기 위해 여행길을 잡았다면 가을단풍으로 물들어있는 선운산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까지도 빨간 꽃무릇이 주변을 뒤덮었던 것이 이제는 나무의 잎사귀들이 제각기 자기 색깔로 화답을 하는 듯하다.
선운사의 꽃무릇 축제도 꽤나 알려져 있는 지역축제인데, 꽃무릇이 보여주는 자태의 화려함에 비한다면 그 속에 담겨있는 꽃말은 무척이나 슬프다.
꽃무릇은 '이룰수 없는 사랑'을 뜻하는 꽃말을 갖고 있는데, 꽃이 진 후에 잎이 돋아난다고 한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식물이라는 얘기다. 일종에 상사화라 불리는 꽃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가을의 단풍들이 어느샌가 지고 선운천 다리아래에는 단풍들이 소복히 쌓여 마치 내천이 아닌 듯하기도 하다.
선운사 경내로 들어서면 뒤편으로 동백나무의 푸르름이 한창이다. 한겨울 빨간 동백꽃을 피우는 군락지로 한겨울에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선운사지만 단풍이 절정이 선운사의 푸른 동백나무 군락지는 느낌이 새롭기만 하다.
한걸음 쉬어간다고 늦는 것은 아닌데, 도심에 살면서는 무엇에 쫓기듯 바쁜 일상을 보냈었다. 하지만 가을색으로 물든 선운산의 모습에서는 바쁘게 길을 재촉하지 않는다. 바삐 걷다보면 놓칠 것만 같은 광경에 자꾸만 걸음은 느려져간다.
게으름을 허락하는 것이 선운산의 단풍이었나 싶기만 하다.
가을비가 내리는 주중... 사진을 정리하면서 선운사에서 찍었던 가을단풍의 사진들을 정리해보고 있노라니 자연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건 어쩌면 욕심이 아닐런지 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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