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을 제작했던 피터잭슨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으로 관람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영화가 <러블리본즈>였습니다. 반드시라는 말은 아니더라도 보고싶은 영화들 중 하나였었죠. 차일피일 날짜를 미루다가 개봉한지 보름이 지나서야 겨우 강남의 모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기전에 여러 리뷰기사들을 읽어보기도 했었는데, 피터잭슨 감독의 명성과는 달리 혹평의 글들이 많이 눈에 띄었던 작품이어서 다소 기대감이 떨어진 면도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까지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반면에 그만큼 기대감이 떨어지기도 했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러블리본즈>는 14살에 살해당한 소녀의 영혼과 세상을 살아가는 소녀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러블리본즈 라는 의미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통해 점점 커지는 유대감을 지닌 말로 아픔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가는 사랑을 뜻합니다. 


올해로 14살이 된 수지새먼(시얼샤로넌)은 밝고 명량한 소녀입니다. 첫키스를 아직 하지 못한 수지는 꿈에도 그리던 남자친구에게 주말 데이트 신청을 받게 되어 마음이 벌써부터 들뜬 상태였죠. 수지는 14살 생일선물로 받은 카메라로 가족들의 웃음짓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14살 소녀의 행복스러운 삶은 일순간에 어둠으로 얽룩지게 되고 맙니다.

살해당한 것이었죠. 아직은 하고싶은 것이 많고 설레임으로 가득차있던 수지는 생을 마감하지만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사이를 오가며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영화 <러블리본즈>는 영혼이 된 수지의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느껴지던 영화였어요. 아버지 잭(마크윌버크)은 그중에서 수지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경찰이 포기하던 미해결 살해사건에 대해 아버지 잭은 딸을 잃은 슬픔으로 범인을 찾아나서게 되고 살아있는 수지의 가족들은 그동안 행복속에서 살았었지만, 수지의 죽음으로 모두가 아픔을 겪게 됩니다. 서로간에 애정은 날카로워진 감정으로 인해 웃음을 잃어버린듯 해 보입니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는 결혼식이나 친구녀석들의 돌잔치보다 친구의 부모님 부고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는 나이가 되어있던지라 장례식을 찾아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친구의 와이프가 세상을 떠났던 장례식에도 갔다왔었던 적도 있었죠. 축하해주는 즐거움의 자리보다 이제는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지라 어쩌면 죽음이라는 생의 이별에 가까이 발을 들여놓은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장례식장을 가면서 한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면 죽은 사람들에게 다음 생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반지의제왕>에서 마법사인 간달프가 마지막 전쟁을 치루면서 메리(프로도의 친구였는데, 피핀이었는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이죠. 하얀 백사장이 있고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영화 <러블리본즈>에서 수지의 영혼은 죽음에 대해서 끝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을 보여주고 있었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수지는 가족들에게서 쉽게 떠나지 못하죠. 14살에 설레게 만들었던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와 첫키스, 아버지의 사랑을 떠나보내지 못한 때문이었죠. 생에 대한 강한 집착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지는 자신의 억울함을 떨쳐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수지의 가족에 대한 유대관계로 인해서인지 가족인 아버지 샘과 동생 린지(로즈맥키버)는 수지를 죽인 범인에 대해 알게모르게 강한 의혹과 경계심을 보이게 됩니다. 누구인지 알수 없었던 범인이 누구였는지를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러블리본즈>는 어찌보면 대작을 만들었던 피터잭슨 감독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을 수 있을 영화이기도 하겠지만, 환타지적인 모습을 환상적으로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살아있는 가족들이 겪게되는 아픔을 교차시켜 놓음으로써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얼마전 부산에서의 여중생 살해사건으로 흉흉하고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린 모습에서 <러블리본즈>를 보게 되었던지라 살해당한 여중생이 영화 <러블리본즈>에서의 수지처럼 아름답고 즐거움만이 존재하는 천국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수지는 이승에서의 끈을 놓아버리고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수지가 찾아간 곳은 다름아닌 천국으로 가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범인에게 살해당한 다른 여자아이들의 영혼이 하나둘씩 모여들게 되고 그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더군요. 죄없는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고 그 영혼들이 한곳에 모이게 된 비정스러운 세상에 대한 참회였을지 아니면, 그녀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에 의해서 나온 것이었는지, 그도 아니라면 죽었지만 행복하고 아름다운 천국에 가게 된 모습에 대한 행복감 때문이었을지, 복합적인 감정이 한데 어울어져 눈물이 났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 슬픔이 때로는 너무도 깊어서 우울한 인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 슬픔을 극복하며 세상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죽은 사람의 슬픔을 간직하면서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때로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게 되기도 하죠. 영화 <러블리본즈>는 죽은 수지새먼을 통해 남겨진 가족들이 새로운 생활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생활은 영원히 죽은 수지를 잊어가는 것이 아니라 수지의 영혼을 간직하며 더욱 단단해지는 가족애로 이어지게 되죠.

영화를 끝까지 관람하면서 내심으로 마지막에 대한 느낌을 빼놓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수지가 이승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떨쳐보내는 과정에서 수지의 육신이 떨어지는 모습과 범인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도 닮아있는 모습이었죠. 어쩌면 인과응보라는 식의 모습이었는데, 달리보면 황당함을 느끼게 될 모습이기도 했었지만 개인적으로 엔딩의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살인범과 살인범을 쫓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는 흔히 마지막에 결국 범인은 관련된 사람에 의해 붙잡히거나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러블리본즈>의 결말은 예상했던 여러 영화들의 결말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생이 끝나면 과연 마지막이 될까요? 어쩌면 <러블리본즈>는 감독인 피터잭슨의 환타지적인 요소를 강하게 선보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더군요. 다름아닌 <반지의제왕>에서의 대사처럼 인생이 끝나면 새로운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해당한 여중생의 명복을 빕니다.

<유익하셨다면 쿠욱 추천해 주세요 글쓰는데 힘이 된답니다. 아래 구독버튼으로 쉽게 업데이트된 글을 읽을 수도 있어요 ^0^>
Posted by 뷰티살롱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정말 재밌게 봤어요.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
    안타깝더라구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저녁 되시구요! ^^

    • 안녕하세요 skagns님^^ 제가 러블리본즈를 본 시기가 여중생 살해범인이 잡히기 전이여서인지 보는 내내 영혼으로 등장한 수지새먼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드랬어요. 아버지와의 유대관계를 보였던 꽃송이 씬에선 정말이지...ㅜㅜ

  2. 하늘물고기 2010.03.11 09:0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영화는 재미있나요?
    원작소설을 먼저 읽었습니다..
    도무지 이야기속으로 몰입도 안되고 주인공과 그 가족들의 슬픔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아 참 힘들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영화를 보기위해 소설을 본건데 소설을 너무 재미없게 읽고나니 영화를 볼 엄두가 안나네요 ㅜㅜ

    •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어요. 비주얼적인 부분도 반지의제왕 감독답게 팍팍 넣어주고, 책으로는 읽는 것보다는 영상이니까 오히려 더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으리라 보여져요. 전 아직 책은 읽어보지는 못했어요ㅜㅜ

script type="text/javascript" src="//wcs.naver.net/wcslog.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