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상영되기 이전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포스터로 시선을 잡아끄는 한편의 국내영화가 있습니다. 어쩌면 노익장을 과시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마파도>라는 영화에서 보여졌던 노년의 여배우들의 명품연기들을 또한번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들기만 하는 영화이기에 그러할 것이겠지만, 범상치 않은 복색으로 마치 금방이라도 포스터를 뛰쳐나와 매트릭스의 슬로우 액션 무브를 선보여줄 것 같은 아찔함도 들게하는 포스터의 힘이라고나 할까 싶은 영화가 <육혈포강도단>이라는 영화입니다.

영화 <육혈포강도단>은 젊은 남녀 주연배우들이라고는 손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알짜배기 노익장을 과시하는 영화였습니다. 팔등신의 날씬한 여배우들이 스크린안을 종횡무진하게 드나드는 요즘 충무로 영화들과는 달리 <육혈포강도단>은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이라는 세명의 노년배우들이 주축이 되어 은행을 털게되는 황당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년배우들의 출연은 작품에서의 기대감을 한껏 발산한다기보다는 사실 관록의 연기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층이 20~4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노년배우들의 출연작을 찾는 관객들은 그들배우에게서 로맨스나 액션을 기대하기 보다는 관록의 명품연기를 기대하고 영화를 찾을 것이라 보여집니다. 한편으로 노년배우들은 작품에서 젊은 남녀 주인공들에게 인생의 멘토같은 역할로 등장하기도 하고 혹은 시간의 스승과도 같은 모습으로 곧잘 보여지기도 하죠.

<육혈폭간도단>이라는 한국영화에서는 중견배우의 반열에서 이 시대의 어머니 상을 보여주었던 세명의 여배우가 등장해 눈길을 끕니다.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으로 이루어진 3인의 여배우는 사실 연기력에 대해서 논하기 민망할만큼 명품연기를 선사하는 관록의 연기자들입니다. 이들 3인이 의기투합해서 하와이에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세사람이 하와이를 가기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은행을 찾아가 그동안 모았던 하와이 여행경비를 여행사에 송금시키려는 순간에 느닺없이 은행강도가 침입해 세명의 돈을 강탈해 가게 됩니다. 그들은 결국 새로운 계획을 짜게 되고 여행경비를 만들기 위해 은행강도로 나서게 되죠.
 

영화는 복잡하게 생각하고 미래의 일들을 암시해두며 관객과 두뇌게임을 하게 되는 장황스러운 스릴러나 액션 로드무브가 아닌 한바탕 극장에서 웃으면서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코믹물입니다. 미리부터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말이죠^^ 혹시나 포스터에서 보여지는 로드무비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실망스럽게 느낄법해 보이는 영화겠지요.

<육혈포강도단>을 관람하면서 한편으로는 이건 무슨 영화가 이래.... 혹은 그런데로 봐줄만하군 이라는 평가가 엇갈릴 듯 보여집니다. 배우들의 명품연기에 빠져있다면 봐줄만한 영화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 영화의  진짜배기 목적중 하나인 코믹장르에 숨어있는 감동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죠.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3인의 여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그야말로 명품다운 연기입니다. 각고의 노력끝에 돈을 마련하고 자신들의 염원이었던 하와이행을 갈 수 있게 된 부품꿈을 이루게 되었고, 한순간에 꿈이 물거품이 되어 바닥으로 내몰리게 된 상황에서 그녀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은행강도입니다. 그렇지만 <육혈포강도단>에서 평균연령 65세인 3인의 노인 강도단은 무차별적으로 은행을 습격하고 수억의 금액을 탈취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강도들에게 강탈당한 금액만을 강탈하려고 합니다.

영화 <육혈포강도단>은 출연배우들의 연기력에서 묻어나는 관록의 명품연기가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단 3명의 여배우뿐 아니라 코믹연기로 종결에는 관객을 눈물나게 만드는 임창정식 코믹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개봉되었던 영화들 중에 배우 임창정은 코믹장르를 섭렵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코믹이었으나 나중에는 감동스러움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배우 임창정이라는 배우에게서 나오는 힘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애드리브로 무장되어 있는 듯해 보이는 출연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는 <육혈포강도단>의 볼거리중 하나일 거라 여겨집니다.


영화속에서는 몇가지 들려주고자 하는 의미들이 숨어있습니다. 과거의 화려했던 젊은시절을 뒤로 하고 이제는 아들이나 딸들의 등뒤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힘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노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에서 은퇴하고 손자, 손녀들의 응석과 재롱을 받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의 한자락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고단한 일상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코믹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눈물나게 관객들의 현재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의 입장을 들려주고 있는 모습이라는 얘기죠. 그러한 일상의 모습을 코믹으로 버무려놓으며 한바탕 웃음으로 관객들을 찾아오고 종결에 가서는 무거움과 감동이라는 코드를 뒤섞어 놓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영화의 코드를 발견했다고 한다면 꽤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평을 하면서 극장문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이제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반추해내고 있는 영화 <육혈포강도단>은 세사람의 노인, 은행을 털어가면서 그들만의 염원이었던 하와이행을 가야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상의 탈출이라는 표현이 맞을 법해 보이기도 하죠. 오래된 영화인 <델마와루이스>라는 영화의 라스트씬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기만 합니다. 쫓기는 신세가 되어 마지막 여행길로 접어든 델마와 루이스는 싸이렌 소리가 요란한 경찰차들이 버티고 서 있는 앞에 천길만길 낭떨어지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자동차의 액셀을 밟아 절벽으로 차를 몰아갔습니다. 이제는 사회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세 노인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동차의 액셀을 밟던 <델마와루이스>를 꿈꾸며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향해서 나아가려 하죠.


그들의 은행강도짓이 어찌보면 코믹이면서도 코믹으로 보여지지 않았던 것은 그러한 감상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싶더군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너무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군데더기 없는 배우들의 명품연기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그 흔한 감동코드를 발견하지 못하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사회적인 모순이나 시대상을 발견하고 있었다면 그나마 재미있다는 평을 아끼지 않았을 법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임창정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스크린을 채우고 있음에도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요?

정재영, 손병호, 이영은 주연의 <바르게살자>나 혹은 임창정의 독불장군식 같았던 <스카우트>라는 영화들을 떠올려보자면 어쩌면 <육혈포강도단>이라는 영화가 보여주는 코믹장르와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모의 은행강도범으로 등장하게 되는 정재영이나 야구영웅인 선동렬 선수를 스카우트하게 되는 역할을 한 임창정이 보여주는 코믹요소들과는 달리 <육혈포강도단>에서는 세명의 노인이 자신들만의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죠. 김치공장 혹은 건물청소부 등의 일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과는 달리 영화 <육혈포 강도단>에서는 세명의 노인들이 돈을 모으는 과정을 너무도 가볍게 만들어버리고 말았죠.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 마트에서 물건을 훔쳐 길거리에서 노인들에게 푼돈으로 경매에 물건들을 넘기는 모습을 강조시키고 있듯이 보여줍니다. 어쩌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일까 싶을만큼 세명의 노인들이 돈을 버는 모습은 헤푸게 만들어버렸다고 보여집니다. 

그러한 헤푼 설정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내내 그녀들이 은행털이범으로 전락시켜 놓은 모습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화는 종결에 가서는 눈물을 뺄만한 내용을 숨겨놓고 있기도 합니다. 그것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어 보이는 면일 수도 있습니다. 힘없이 존재가 되어버린 노인, 이제는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나약한 존재라 할 수 있는 노인의 모습을 마지막에서는 감동코드로 승화시켜 나갈 수도 있었을텐데, 여전히 영화는 어두운 터널속에 갇혀있는 기차처럼 암울해보이기만 하더군요. 
  


그녀들이 총을 잡아야만 했었던 이유가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절박함이었습니다.  절박함, 인생의 끝자락인 황혼에 그녀들만이 꿈꾸던 파라다이스를 찾아 떠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녀들은 은행강도가 아닌 소시민적인 모습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시민적인 모습은 없었죠. 그러한 결점은 결국에는 감동코드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육혈포강도단>은 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보다는 명품배우들의 명연기를 감상하는 것이 좋을 듯 보여지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영화속에 숨겨져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법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영화속에서 찾았다면 아깝지 않았거라 여겨지는 영화였습니다.

본 포스팅은 무비로거로 활동하면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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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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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파도가 살짝 연상되네요.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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