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그것도 시사보도 프로그램 경쟁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tvN의 월화드라마 '아르곤' 4회는 의미있는 여운을 남긴 회라 여겨진다.
최근 언론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기레기와 정통 대형언론의 구도를 다루었던 SBS의 '조작'이라는 드라마도 하나의 언론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남궁민, 유준상, 엄지원과 문성근, 전혜빈 등이 출연한 SBS의 드라마 '조작'은 대형 언론에 의해서 순식간에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엽기적(?)인 모습이기는 했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했다.
두개의 언론드라마인 tvN의 '아르곤'과 SBS의 '조작'은 같은 언론이라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하나는 신문이라는 인쇄매체에 대한 내용이고, 하나는 방송이라는 미디어매체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이 다르다.
파급력에서 본다면 분명히 실시간 영상으로 전달되는 미디어언론의 영향력이 크다 할 수 있겠지만, 기자들의 심층적인 취재와 필력이 주무기인 인쇄매체의 힘도 간과할 수는 없다.
두 언론의 특성을 이야기하자면 서론이 길어질 것이 뻔한 일이고, tvN의 '아르곤' 4회에서 방송되었던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미국정부에서 한국계 장관으로 선임된 로버트 윈스턴(데이비드 맥기니스)의 단독인터뷰를 두고 한 방송사인 HBC에서는 앵커전쟁이 벌어졌다. 친분관계가 있었던 김백진(김주혁) 아르곤 앵커에게 로버트 윈스턴이 전화를 걸어 한국방문이 예정돼 있고, 아르곤 프로에 단독으로 인터뷰를 나갈 것이라는 전화통화가 시발점이었다. 한국과 미국간의 정책적인 조율을 위해서 방문할 예정이었고, 오래동안 알고지냈던 김백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르곤에 출연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심야방송 시간대에 방송되는 뉴스프로그램인 '아르곤'에 미국의 장관이 단독으로 인터뷰를 출연한다는 건 특종이나 다름없는 일임엔 분명하다. 더군다나 메인 뉴스시간대인 9시대에 방송되는 타 방송국을 제쳐두고 한 방송국의 프로에 직접적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신철(박원상)과 윤혜리(박희본), 이연화(천우회), 엄민호(심지호) 등의 아르곤 식구들은 일사천리로 로버트 윈스턴과의 단독인터뷰를 위해 질문지를 작성하고, 무언가 심층적인 질문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질문이 한미FTA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방송사 입장에서 미국장관과의 단독인터뷰가 심야시간대에 방송되는 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메인 간판 뉴스인 9시뉴스에 단독인터뷰가 나오는 게 더 모양새가 있는게 옳다여겼고, 자연스레 아르곤 팀에서 9시뉴스팀으로 단독인터뷰 보도시간대가 변경될 위기를 맞게 됐다.
헌데 9시 보도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를 맞고 있는 최근화(이경영)의 돌연적인 사직서 제출로 차기 메인뉴스의 앵커자리가 공석이 되다시피 한 상태였고, 그 자리를 유명호(이승준) 국장이 욕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메인뉴스에서 자신이 단독인터뷰를 진행할 욕심이 냈지만, 소태섭(김종수)은 9시뉴스에 보도하돼 메인앵커 진행은 최근화 앵커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윈스턴과의 단독인터뷰는 무산됐다. 유명호의 욕심이 화를 부를 탓이다. 유명호는 메인뉴스 앵커자리에 욕심이 많아서 보다 더 자극적이고 대중적으로 더 화제거리가 많을 것같은 소재를 골라 로버트윈스턴에게 질문과 사진을 보냈던 것이다.
헌데 단독인터뷰 무산의 이유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다름아닌 유명화가 로버트윈스턴에게 보낸 질의와 사진들이 화근이었다. 로버트는 HBC와의 단독인터뷰를 취소하고 한국 공식인터뷰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 유명호 기자가 보내준 한국 친부모의 사진은 받았지만, 미국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서 친부모에 대해 궁금하지 않다. 이런 관심과 동정은 원치 않는다고 전해왔다.
불필요한 친절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대중의 심리를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높이기 위한 욕심이랄까. 유명호의 인터뷰전략을 시청하면서 최근의 뉴스매체들 역시 이와 다르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빠르고 파급력이 강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연인 실시간으로 수십개의 뉴스들이 오른다. 그들 뉴스들은 내용상으로는 모두가 같은 내용들이지만, 기사의 제목은 천차만별의 차이를 보인다. 심지어 사진 한장이 전부이고, 두어줄의 기사로 채워져 있지만, 제목은 화려함 혹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올라오는 기사들도 비일비재하다.
미국 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라는 자리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국계라는 이유만으로 핏줄찾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신파적인 뉴스는 분명 화제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그 사람의 위치에 있어서 다루어야 할 촛점이 없다는 게 맹점이라 할 수 있다. 대중적 심리를 이용해 시청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을 빼놓았다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달리 생각해 본다면 이런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뉴스들이 아닐까 싶기도 해 보인다. 보도경쟁이라는 이유로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보다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경쟁을 다루고 있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하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뉴스들이 인터넷에 오른다. 이들 중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묻혀지는 소식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뉴스들은 폭발적인 클릭수를 만들어내고, 핫 이슈를 만든다.
같은 방송사이면서도 서로 다른 뉴스채널를 맡고 있는 두 앵커인 이승준과 김백진의 대립은 어쩌면 자극적인 것이 오히려 대중적으로 더 관심받게 되는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조명한 모습은 아니었나 하는 깊은 여운을 남겼던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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