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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인 '미스코리아'를 시청하면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하게 된다. 왜 하필이면 현재가 아닌 1997년이라는 시간적인 배경이 정확하게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를 뽑는다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그저그런' 로맨틱 코미디물이 아닐까 넌지시 예상해 보이기도 했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드라마를 시청해보니 의외로 웰메이드 작품이 탄생했다는 예상이 강렬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녀 선발대회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흑백TV가 보급되고 컬러TV로 전환되면서 남성들을 TV앞에 몰리게 만든 선발대회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이기도 하다. 흑백TV를 통해서 비로소 미디어라는 매개체가 가정에 보급되고 레슬링 경기가 열려는 날이면 동네 잔칫집이 되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당시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인기는 엄청났었다. 아름다움으로 여성에게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거머쥐게 해주었던 대회였으니 말이다.
헌데 1997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40~50대 남성들에게 있어서 1997년은 암울한 시기였다 할만하다. 10대들에게는 서태지와 아이돌의 은퇴와 더불어 연예계는 비로서 팬덤문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던 시기이기도 하겠다. 케이블 채널인 tvN의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를 통해서 사회적인 모습을 유추해 본다면 어느정도인지를 가름하게 되기도 하다.
IMF의 시기였던 비운의 시기를 맞았던 남성들은 조기퇴직 바람이 불어닥쳤고, 이제 갓 사회로 진출하려 하던 대학생들에게는 취업의 막막함을 경험해야 했던 시기가 바로 1997년이다.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엘리베이터걸인 오지영(이연희)가 맞고 있는 정리해고 바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시기라 할만하겠다.
사채시장인 캐피탈 회사에서 밀려난 정선생(이성민)은 김형준(이선균)의 비비크림 회사에 투자한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적으로써 동거하는 신세에 직면해 있는 캐릭터다. 사회적으로 크고작은 회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던 1997년의 사회적인 배경이라고 볼 때, 부활캐피탈의 황사장(정승길)은 보이지 않는 사채시장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공장을 폭력으로 인수해 가는 철면피적 캐릭터에 속한다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인 배경과 미스코리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MBC의 수목드라마인 '미스코리아'가 1997년이 아닌 현재를 배경으로 전개되었다면 어쩌면 그다지 관심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묘하게도 미인대회로 인식하며 로맨틱코미디에 머물수 있었던 작품임에도 1997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드라마를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미스코리아가 과거의 인기와는 달리 현재에도 남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미녀대회에 속할까 하는 의문점이 바로 1997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에 담겨있기도 하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올해의 진선미는 누가될지하는 이야기들이 오갈 정도로 미스코리아는 과거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대회였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떨까? 미스코리아 대회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미녀선발대회에 이어 TV의 드라마를 통해서 새롭게 탄생하는 신인배우들의 이미지속에서 미스코리아는 그다지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할만하겠다.
헌데 시기적으로 미스코리아의 열풍이 사그라들었던 때가 1990년대 말에서 2000으로 넘어가는 시기라 할만하다. 왜 그랬을까? 간단하다. TV라는 매체는 그동안 공중파 3사에 의해서 주도되었지만 케이블 방송의 유입과 특히 고화질TV 시대로 전환되는 시기가 2000년대이기도 하다. TV드라마 속 여배우들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TV화면안에서 드러난 시기이기도 했었고, 비비크림은 이러한 시대에 여성들에게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시간적인 배경을 1997년으로 확연히 드러냄으로써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들기도 한다. 김형준과 오지영의 학창시절인 10년전은 다름아닌 1987년이다. 한때 공중파에서 인기를 모았던 세시봉의 열풍을 생각해본다면 1987년의 별밤지기나 혹은 통기타의 아련한 향수는 드라마 '미스코리아'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하나의 요소라 할만하겠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지폐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흔치않다. 모든 대중교통 운임이 IC카드 하나로 해결되고 심지어 밖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마시는 커피한잔을 사더라도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카드 한장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사회와 달리 과거 1987년과 1997년만 하더라도 버스는 승차권과 토큰의 시대이기도 하다.
극중 김형준과 오지영의 로맨스가 초반 강렬하게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숨어있는 관전포인트가 몇가지 있다. 미녀대회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들이 바로 그러하다. 2000년대로 넘어서면서 과거의 명성과는 달리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들해진 까닭에는 보이지 않는 로비와 의혹, 그리고 순수한 미녀가 아닌 만들어지는 미녀대회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서부터이기도 하다.
성형수술로 예뻐질 수 있는 현대의 의학은 여성들의 미의 기준을 바꾸어놓았고, 남성들에게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열광하지 않게 되는 하나의 요소이기도하다. 마에리(이미숙)와 체리미용실의 양춘자(홍지민)의 대립은 단적으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보이지 않는 알력싸움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여성들에게 최고의 부와 권력을 쥐게 만들어주었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였지만 실상 1990년대 말과 2000년 초반으로 넘어가면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유일무이의 대한민국 미녀대회에서 점차 쇠퇴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한데, 여기에는 마원장과 양원장 같은 특정 의상실이나 혹은 미용실 원장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공공연하게 밝혀지게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윗선을 잘 만나야 한다는 의혹들이 불거져 나왔고, 특히 현대에 이르러서는 성형의혹까지 겹치게 됨으로써 자연미가 아닌 인공적이고 짜맞추어진 대회라는 오명까지도 나돌았던 시기가 아닌가 말이다.
특히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대한 필자의 기억으로도 과거 80~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예선까지도 화제가 되기도 했을만큼 큰 인기를 누렸었고 하다못해 9시뉴스에까지 나올만큼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대회였었다. 영화관의 대한뉴스에서도 영화가 상영되기 이전에 선발대회의 결과가 나올정도였으니 그 인기가 어느정도였을지는 가름할만 하겠다. 그렇지만 현재는 어떨까? 과거의 명성과 인기와 비교해 볼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그저그런 수많은 선발대회의 하나에 지나지 않은가.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순수한 인기 미녀선발대회였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단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숨어있는 어두운 면을 그려내고 있는 듯 보여지기도 하다. 극중 김재희(고성희)는 그런 면에서 볼 때 반전의 캐릭터라 할만하다.
신이 준 몸매에 미모를 지니고 있지만 김재희의 실체는 불분명하기만 하다. 어느집 자식인지조차 마원장에게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김재희는 남들이 둘러메기 어려운 고급 옷들과 가방을 지니고 다닌다. 헌데 왜 김재희를 보면서 한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10프로를 연상하게 만들까? 소위 상위 1%만이 다닌다면 은밀한 클럽의 세계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냈었던 때가 떠오르게 하는 캐릭터가 김재희라는 인물이다.
1997년.
IMF의 여파로 가장들에게는 삶의 무게를 더디게 만들었던 암울했던 시기이기도 하거니와 2000년으로 넘어서면서 IT산업이 점차 요동치기 시작하던 시기이기도 하던 때다. 삐삐의 시대에서 느닺없이 찾아온 휴재전화의 시대가 2000년을 전후로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응답하라 1994'에서 쌍둥이 감독인 성동일이 투자했던 시티폰은 단 1년만에 막을 내렸던 최악의 휴대통신기기중 하나다. 그 시기가 바로 1997년 초반에서 1998년으로 이어진 1년이라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스코리아의 시간적 배경으로 1997년을 선택한 것이 영악스러운 까닭은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가 다이나믹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미녀를 선발한다는 점에서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숨어있는 다크호스는 김재희가 아닌 고화정(송선미)이 될 반전카드를 숨겨두고 있기도 하다. 비비화장품의 연구실장으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될수도 있는 위기의 시기지만 고화정은 주위 사람들에게 늘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사채업자인 정선생의 개입에도 굴하지 않는 패기까지 겸비하고 있는 캐릭터가 고화정이기도 하다.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단순히 미의 기준을 뽑은 예쁜 미녀를 뽑는 미녀선발대회라는 오디션을 넘어서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들은 다분하다. 시대적 배경에 숨어있는 인물들이 관계도, 거기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둘러싸고 관계되어진 소위 '만들어지는 미녀대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감귤아가씨 선발대회를 위해서 제주도로 내려간 오지영과 김형준.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정선생과 고화정에게 앞으로의 일들이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진다. 최종 선발대회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진출하기 위해서 감귤아가씨 선발대회에서 오지영이 당선되어야 하는 까닭은 절박함에 있다.
정선생은 자신이 처해있는 절박함에 김형준을 쫓아 제주도로 향했다.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김형준의 부모님이라도 찾아가려 한 것이다. 감귤 아가씨 선발대회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로 나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일 뿐이지만 오지영과 김형준, 정선생과 고화정에게는 절박함이 전부다.
오지영에게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자신의 인생을 건 대회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김형준의 마음을 알기위한 로맨스의 과정이기도 하다. 마원장에게 일주일후에 합류하겠다는 오지영의 통화는 감귤아가씨 선발대회에서 수상을 한다하더라도 김형준과 한배를 타게 될 것처럼 여겨지지는 않아보였다.
초반 저조한 시청율과는 달리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숨겨져 있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특히 여배우 이연희의 연기 스펙트럼이 드라마의 깊이를 높여주고 있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극중 오지영이 그저 예쁘기만 한 여배우로 그려졌더라면 흥미를 끌지 못했었겠지만 이연희의 놀라운 연기력 발전은 드라마를 잡아끌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에 속한다 할만하겠다.
1997년의 암울했던 시기에 화려한 백화점 엘레베이터에서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를 상냥하게 말하던 엘리베이터 걸들이 대거 실업자 대열에 들게 만들었던 시기이기도 하고,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이었던 시기. 김형준은 과연 자신의 회사를 키워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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