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목드라마인 KBS의 '김과장'을 시청하면 어떤 느낌일까?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전문 경리가장인 김성룡(남궁민)을 중심으로 TQ그룹에서 벌어지는 경영권과 비자금 조성 등의 굵직한 사건들속에 김과장이 종회무진 활약하는 모습이 유쾌하게 풀어지고 있는 기업코미디 드라마라 할만하다.
드라마 '김과장'의 인기비결은 사실 예상치 않았던 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송승헌과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라는 강력한 사극과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 드라마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더욱 고전을 면치 않을 듯해 보였던 드라마가 '김과장'이라 여겨지기도 하다.
하지만 종반을 향해 가고 있는 두 드라마의 입지는 확연한 모양새를 갖고 있다. 안정적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KBS의 '김과장'과 그 뒤를 뒤쫓고 있지만 좀처럼 인기격차를 줄여나가지 못하고 있는 '사임당, 빛의 일기'의 시청율이다.
'김과장'의 무엇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게 만들었을까? 사실 거대그룹 혹은 작게는 중소기업 속에서 김과장다운 실제적인 인물이 있었다면 조직은 분열되기 십상이다.
협업과 소통을 통해 최고의 이윤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김과장의 안하무인식, 독고다이식의 업무추진방식은 환영할만한 능력은 아니라는 얘기다. 능력이 좋기는 하겠지만, 중역진을 무시하는 언변과 사사건건 사고를 유발하는 김과장의 행동은 회사에 이익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가져오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낼 뿐이다.
하지만 안하무인식,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김과장식의 업무처리가 시청자들에게 어필되는 이유는 간단히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거대한 조직내에서 벌어지는 경영전쟁이다. 박현도(박영규) 회장과 장유선 대표(이일화)의 대립점 사이에 김과장이 끼여있다. 경영권에 대한 비리와 회사 조직원들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 등이 버물어져 박현도와 장유선은 한가정이지만 대립각이 극명하게 갈려있는 입장이다. 두 사람사이엔 경영권이라는 최대의 목표를 위해서 각기 다른 비밀병기를 두고 견제하고 있는 모습인데, 서율(준호)과 김성룡 두 사람이 마치 전장에서의 무기처럼 현장에서 부딪쳐나간다.
두번째는 코믹함속에서 이어져나가는 사이다같은 유쾌함을 들 수 있다.
김성룡의 막가파식 태도도 갑과 을로 구분되어 있는 조직체 속에서 시청자들의 시각속에선 시원스러운 사이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사와 과장이라는 타이틀이 하늘과 땅 차이지만 김과장은 서율 이사를 상대로 말도 안되는 싸움을 시작했다. 지점장 회의 무산에 이어 아르바이트 집단 소송에 이르기까지 서율 이사를 저격해가며 앞길을 구비구비 저지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대립은 사실상 현실적으로는 가능 제로에 가까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흙수저나 무수저'같은 서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만들어준다.
아들이 회사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거짓증언한 노조의 아버지, 회사에서 부서가 없어질지 전전긍긍하는 부서원들, 아르바이트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속편한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 반대편에 선 무리들은 어떨까? 검찰출신의 이사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내며 다른 계열사의 운영에 구멍을 만들어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인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니 싸가지 없는 행동과 언변이라 한들 김과장의 모습이 미워보일래야 밉지가 않다. 오히려 그보다 더 추하고 악한 사람들이 많기에 말이다.
예전에 종영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달리 본다면 '김과장'의 숨은 본질이라 할만하다. 그렇지만 두 드라마의 간극의 차이는 확연하다. 한눈에 정의로워 보이는 김사부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있었지만, 김과장은 다른 모습이다. 삥땅처리라는 개념에서 정의로워보이기조 않거니와 더구나 회사에서 갈등을 유발시켜 놓는 캐릭터에 가깝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적나라한 나레이션들이 인기를 모았던 '낭만닥터 김사부'와 달리 '김과장'에서는 말그대로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조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걸핏하면 힘과 정보를 이용해 남을 위협하는 서율 이사와 자금을 세탁해 식물조직을 만들어가는 박회장이니 돈과 재벌이라는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게 '김과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많이 가질 수록 자신의 가진 것을 지키려는 방어력이 높아지는 법이다. 반대로 아무런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겐 더이상 지킬 것이 없다. 편의점 알바들의 체불임금에 대해 박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까지 했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통쾌한 승리라 할만했었고, 그 중심에 김과장이 있었다.
3월 10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 결말이 있는 날이었다. 최순실게이트와 국정농단, 세월호 사건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3월 10일 승소됐다. 대통령직이 박탈당한 결과며, 조기대선이라는 시국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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