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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인 '사랑해서 남주나'는 오랜만에 보는 가족드라마의 유형이라서 즐겨보는 드라마 중 하나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해서 TV는 대중이 보는 가장 보편화된 미디어가 된지 오래다. 디지털 시대라 해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PC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지만 그중에서도 TV는 가장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매체가 아니던가. TV 드라마가 늘어나게 되면서 그만큼 자극적인 소재들이 최근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기요소가 된 지 오래이기도 하다. 불륜과 악역이 없으면 좋은 드라마라 하더라도 쉽게 시청자들에게 어필되지 않는 세상이니 희안한 세상이란 말이 나올법도 하겠다.
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가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배경을 놓고 보자면 소위 막장요소들이 많이 깔려있는게 사실이다. 전직판사인 정현수(박근형)은 외도로 밖에서 낳은 아들 재민(이상엽)을 얻었고, 그로 인해서 딸들인 유진(유호정)과 유라(한고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어릴적 불행은 맏딸인 유진에게는 트라우마까지 심어놓은 무서운 결과를 가져다 주었으니 가족의 아픔속에 숨어있는 배경만큼은 자극적이라 할만하겠다.
시간이 흘러서 노년이 된 정현수는 판사를 그만두고 상처하고 혼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식들에게는 죄인처럼 살아가는 불행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반찬가계를 하는 홍순애(차화연)를 만나 황혼연애를 시작했다. 사랑은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은가.
헌데 아버지 정현수와 순애의 사랑이 순탄치만은 않다. 젊은 싱글 남녀의 사랑이라면이야 두 사람이 좋다면 그만이겠지만 아들딸을 둔 부모의 재혼은 자식들을 무시하면서 마냥 사랑할 수는 없는 입장이 아니던가. 헌나 현수와 순애는 불륜이 아닌 두 사람 모두 상처입은 홀아비와 이혼한 이혼모이니 사랑할수 없는 관계는 아니다.
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 36회에서는 부모인 현수와 순애의 결혼문제를 놓고 양쪽 자식들이 만나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논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그렇지만 양쪽 자식들의 상의하는 자리가 꼴볼견으로 보여지다못해 눈살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왜일까?
부모의 연애문제를 놓고 정작 당사자들인 현수와 순애는 아무런 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수의 두딸인 유진와 유라, 그리고 순애의 아들인 병주(서동원)와 며느리 지영(오나라)이 만났다. 두 황혼 연애가 자식들의 만남으로 이어진 데에는 며느리 지영의 열등감이 한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두 사람의 사랑을 놓고 심각하게 설전이 오간 내용은 '나이들어 병이 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와 '재산에 대한 상속은 어찌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꼴볼견이다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이들 자식들의 대화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의 시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초반에 꼴볼견으로 보여지기만 하던 송호섭(강석우)은 공무원으로 직장생활을 은퇴한 퇴직자로 전형적인 게으름 남편의 초상을 보였던 캐릭터다. 집안에서는 손하나 까닥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으로 홍순애와 결혼했지만 이혼하고 연희(김나운)를 만났다. 소위 제잘난 멋에 사는 남자였지만 한차례 연희의 이혼반격으로 집안에서는 가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모의 재혼문제에 대해 자식들이 건강문제와 간병 혹은 재산문제로 설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던 36회를 시청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은 풍족한 삶을 살아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불과 30년 전만 회상하더라도 현재의 삶은 먼 나라, 잘사는 나라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통신과 교통, 문화생활에 이르는 생활들은 질적으로 과거의 모습과는 달라졌다.
얼마전 설을 보냈었는데, 오랜만에 보게 된 조카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고 용돈을 주기도 했었다. 헌데 요즘 어린 학생들은 명절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다소 충격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명절을 찾는 학생들은 많은 친척들을 만나는 것보다 용돈을 받는 것을 더 기대하기도 하고, 어른들에게 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전직판사와 반찬가계 아줌마의 연애. 드라마 상에서 보여지는 황혼연애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부모의 자식세대들에게는 부모의 재혼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것이 명예나 혹은 재산일 수도 있어 보이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것이 현대의 사회상이 아닌가 싶었다는 얘기다.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길 수 있는 현수와 순애의 재혼문제로 자식들이 제각기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현재의 세상은 물질만능주의가 된지 오래가 아닌가? 단순히 욕하면서 볼수만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순애의 아들과 며느리는 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가장 꼴볼견스러운 자식들이기도 하다. 이혼한 부모인 호섭과 순애와 함께 살기보다는 두사람이 분가해서 따로 살아갔었지만, 순애가 재산이 많다는 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순애의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와 재혼한 연희를 보는 아들내외의 눈은 곱지가 않다. 친아들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한데, 친엄마인 순애에게 거액의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갖은 선물세례까지 해주지 않았었나. 순애가 전직판사인 현수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혹시라도 돈없고 힘없는 노인이 엄마의 재산을 가로채는 것이 더 걱정스러운 자식들이기도 했었다. 헌데 현수의 직업이 전직판사라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었다.
현수의 둘째 딸인 유라(한고은)과 순애의 며느리 지영(오나라)은 학창시절 열등감으로 좋지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관계다. 자식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데는 지영이 열등감으로 인해서라 할만한데, 지영은 유라에게 남의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라며 아픈곳을 건드린다. '못배우고 못살아도 사람의 도리는 지키고 산다'며 유진과 유라 자매를 자극했다.
뭐 묻은 개가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도리를 지키고 산다는 데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현수의 딸들인 유진과 유라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순애의 아들과 며느리인 병주와 지영은 열등감에 쌓여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를 사람들이 아닌가. 더 나아가 지영은 남편 병주를 꼬득여 시어머니와 현수의 관계를 법적으로 사실혼 관계가 되도록 약정서를 쓰도록 했다.
노년의 사랑은 사람의 감정보다는 일개 A4용지에 잉크로 인쇄되어지는 계약서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자식을 둔 미혼남녀가 재혼을 한다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병주 아내인 지영의 말처럼 재산문제에 대해서도 복잡하게 얽히게 되지도 하고, 재결합한 자식들에겐 재산상속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
헌데 지영의 만행스러운 꼴볼견을 마냥 욕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일일까? 현대 사회상에서 본다면 재산을 가진 부모의 사후에 벌어지게 되는 자식들간의 재산싸움과 소송은 화내고 욕하면서 볼수 있는 일이 아닌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돈과 재산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현수와 순애는 자식들에게 재혼문제에 대해서 꺼내지도 않았는데, 자식들이 앞서가며 미리부터 재산타령하는 모습이라니 꼴볼견일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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