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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고려거란전쟁, 숨은영웅 양규 장군... 다가오는 전란 대비책은?

by 뷰티살롱 202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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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토일사극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우리나라 삼국 역사에서 신비롭기도 하고 진취적인 국가를 손꼽는다면 단연 고구려라는 나라일 듯 하다. 그만큼 강성한 국가이기도 했거니와 만주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지닌 나라였기 때문이다.

 

고구려 패망 후 정통성을 이은 나라가 발해다. 해동성국으로 연호를 바꾸며 고구려의 정통성을 이어가게 되지만, 발해는 거란의 침략으로 패망하게 되고 통일신라 역시 발해 멸망이후에는 신라와 후백제, 후고구려 삼국으로 나뉘졌다가 고려로 통일됐다. 고려는 발해 유민을 흡수하며 고구려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도 한 국가다.

 

국내 사극드라마에서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의 이야기와 발해건국에 대해선 익히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두 개의 사극드라마는 높은 시청율을 보이며 배우 최수종을 정통사극의 왕좌에 올려놓기도 한 드라마다.

 

새롭게 시작되는 KBS2채널의 ‘고려거란전쟁’은 과거 화려했던 국내 정통사극의 부활을 보는 듯하다. 특히 정통사극에서 익히 시선을 끄는 인물들간의 대립이 흥미롭게 그려지는 부분들에선 국가관과 정치, 이념을 한꺼번에 관망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과거 정통사극이 대체적으로 역사속 인물을 따서 제목이 부여됐었다면 새롭게 전개되는 ‘고려거란전쟁’ 사극은 인물이 아닌 사건에 맞춰서 제목이 붙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이 주장하는 이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거란과의 외교전을 놓고 실리와 회유 등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 그 시대에 실존했던 숨은 영웅들이 재조명되는 모습이 흥미롭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역사적으로 연결되는 드라마 한편이 떠올리게 되는데, 과거 ‘천추태후’라는 드라마다. 채시라와 김석훈, 최재성, 이덕화 등의 배우들이 출연했던 사극드라마로 현재 방영되는 ‘고려거란전쟁’ 이전의 시대를 다뤘던 드라마에 속한다.

 

특이한 점은 ‘고려거란전쟁’에서 역신과 치정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강조와 천추태후 두 인물이 상반되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같은 인물이지만 강조의 이미지는 다르게 등장한다. 천추태후에선 마지막까지 거란을 맞아 장렬하게 싸우다 죽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 반면, 고려거란전쟁이란 드라마에선 포로로 붙잡혀 목이 잘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내세우는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서 주변인물의 성격도 달라진다는 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듯 한 드라마다.

 

고려 양규장군(지승현)

초반 ‘고려거란전쟁’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단연 전쟁의 신으로 불리는 양규(지승현)이었다. 거란과의 3차 전쟁이라는 역사속에서 사실 양규와 김숙흥 등의 장수에 대해선 그리 많이 회자되는 부분이 없었다. 서희의 담판과 강감찬의 살수대첩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거란과의 전쟁 이미지일 듯 하다.

 

양규와 김숙흥의 죽음이 역사사료에 등장하는 것과 같이 두 사람이 끝까지 항전하다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맞았다는 글귀를 보여준 것도 불가능한 것을 초인적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은 점도 이채로웠고 더 몰입감이 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거란의 2차 침공이 끝나고 현종(김동준)을 호위한 지채문과 계책을 만들어내 거란군을 물러나게 한 강감찬(최수종) 등이 개경의 황궁으로 복귀하게 되고 지방 호족세력을 타파하기 위한 현종의 개혁이 시작됐다.

 

공주관찰사의 직분이었던 김은부(조승연)이 개혁의 핵심인물로 등장하면서 강감찬 등과 대립되는 모습을 보였고, 끝내 현종은 강감찬을 버리는 패를 두게 됐다.

 

드라마 '거려거란전쟁' 김은부(조승연)

전란 후의 평화는 곧바로 사회안정을 찾으려는 개혁안을 실현시키려는 현종의 정치적 행보가 시선을 잡는데, 개혁이나 변화에선 항시 신.구의 대립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급기야 거란과의 전쟁에서 달라났던 장수와 관료들까지 개혁을 위해 등용하는 부분에선 김은부와 강감찬이 나누는 대화가 흥미롭다.

 

개혁을 위해선 설령 군에 해가 됐던 자들까지도 이용해야 한다는 김은부와 국가재건 주장과 기본이 시작부터 잘못되면 안된다는 강감찬의 원리주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됐고, 현종은 강감찬의 파직함으로써 김응부의 손을 들어 개혁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고려거란전쟁, 현종(김동준)

현종의 입장에서 본다면 거란군을 피해 남쪽으로 몽진하는 과정에서 목숨까지 위협했던 지방호족 권세의 실체를 혁파해야 했을 것이지만, 강감찬은 왕실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 지방호족이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점을 내세웠기에 대립은 뻔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처럼 통신이나 미디어 등과 같이 전파력이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시대와는 달리 과거 고려라는 국가체계에서 중앙집권 관료체제가 멀리 지방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빠른 전파력이 없었기에 나름대로 지방분권을 통해 중앙으로 이어지는 영향력이 필요해 보이기도 하겠다.

 

고려-거란의 2차전쟁이 끝이 나고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사회개혁과 전쟁준비라는 두가지 측면으로 흘러가게 될 듯해 보인다. 또 전란 후 성을 버리고 달아났던 장수인 탁사정의 심판도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여져 등장인물들 간의 대립이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드라마의 전개상 3차 전쟁을 앞두고 군신간의 대립과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점들이 행여나 급격하게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역사를 모티브로 한 사극이라는 점에서 급격하게 전개되는 드라마 흐름은 시청자들에게 인물들간의 대립이나 중립적인 관점 등이 두리뭉실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고려거란전쟁, 강감찬(최수종)

갖은 대립 끝에 이유야 어찌됐던 거란과의 3차 전쟁으로 곧바로 전개된다면 전쟁발발 이후의 시대를 이겨내는 시대상이 빠지는 우를 범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란의 2차 침입이 1009년이고 3차 침입이 1018년이라고 하니 적어도 10년의 시간동안 고려 현종은 지방호족 세력을 규합하는 한편, 전쟁에 대비하는 기간이 면밀히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기존 사극대하드라마가 70~80회를 넘겼었던 사례와 달리 ‘고려거란전쟁’은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사극드라마라는 점에서 32회로 구성돼 짧게만 여겨진다. 대하사극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 간의 연합과 계략, 권모술수, 갈등 등이 다양하게 그려진다는 점인데, 짧은 회차에 이런 요소들을 충족시켜 나갈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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