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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선덕여왕 종영, 비담의 순애보 - 10보 앞 그녀

by 뷰티살롱 200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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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인기드라마 <선덕여왕>이 62회를 끝으로 비담과 선덕여왕의 죽음으로 종영을 맞았습니다. 마지막은 역시나 비담에 의한 종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비장미가 가득찬 모습이었죠. 염종(엄효섭)의 계략으로 비담(김남길)은 끝내 덕만(이요원)을 믿지 못하고 왕위찬탈에 대한 쿠데타를 결의하게 되죠. 미생(정웅인)과 보종 등 미실의 사람들과 귀족세력을 규합해서 선덕여왕에 대항하게 되었죠. 그 반란의 세력이 여인이 왕이 되면 아니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신의 주위 사람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 할지라도 모든 잘못은 비담에게 있기 마련입니다.

비담과 덕만의 로맨스는 어쩌면 봄날 한철에 잠깐 피었다가 떨어지는 순백의 목련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화려함을 보여주지만 시들어지고 떨어짐을 바라보았다면 어쩌면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오해에 의해 난을 일으키고 신라를 불안케 만든 비담은 결국 모든 일들이 자신의 측근이었던 염종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음을 알고 염종을 죽이게 됩니다.


자신은 왕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여인만을 마음에 두고 연모를 지녔을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비담의 연모에 권력을 섞어넣으며 다른 길을 가고자 합니다. 어쩌면 연모라는 단어만으로는 덕만을 향한 행보를 계속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염종을 죽이고 자신의 마음이 거기에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미생이 등장하며 비담의 마음을 대신 읖조리는 듯했습니다. 날 베고 가시게. 연모를 망친 게 니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은 게냐? 넌, 니가 망친거야. 누님도 했고 나도 했고 모든 세상이 그리 얘기했다. 니가 듣지 못한 거야 라는 말속에는  어쩌면 왕이 되고자 했음이 아니었지만 덕만을 향한 비담의 연모가 어그러짐이 일어났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듯했습니다. 왕이 된 덕만과 공주였던 덕만. 두 신분의 차이는 비담에게 있어서 가까이에 있을 수는 있었겠지만 곁에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비담에게 있어서 선덕여왕은 언제나 덕만공주였을뿐 신라의 왕도 여왕도 아닌 여인이자 정인일 뿐이었죠.


오해에 의해서  벌어진 비담의 난은 그렇게 새드무비로 흘러갔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어져 간 모습이었죠. 사람을 얻는자 천하를 얻는다 라는 말처럼 드라마 <선덕여왕>은 사람들에 의한 드라마였습니다. 덕만과 미실, 그리고 비담을 둘러싼 사람들의 행진과도 같았죠. 
여리고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꿈을 꾸는구나 라는 미실(고현정)의 말이 또한번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연모의 마음으로 덕만을 얻고 신국을 얻으려 했던 비담은 마지막 말을 전하기 위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덕만이 있는 곳을 향해 갔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덕만은 없었고, 여왕인 선덕여왕만이 있을 뿐이었죠. 김유신(엄태웅)과 알천(이승효)의 호위를 받으며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죠. 어쩌면 비담은 이미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겠죠. 나를 베는 자가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다라는 말처럼 자신의 죽음을 순순히 인정하며 한발 한발 선덕여왕에게 나아갑니다. 칼에 베이고 화살이 몸에 박히였지만 비담은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겠지요. 자신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의지만으로 비담은 선덕여왕이 아닌 덕만에게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오해를 해서 미안하고,  믿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리고 반대편에 서서 투쟁했던 것이 미안해서였을까요. 비담은 그렇게 자신의 몸이 망신창이가 되어가면서까지 덕만을 향해 나아갑니다. 70보, 30보, 그리고 바로 눈앞에 서있는 10보앞까지 나아가지만 자신의 연모만으로 덕만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만은 없었죠. 김유신과 알천은 여왕이라는 신국의 주인앞에 당당하게 걸어오는 비담을 베어야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담이 숨을 거두고 선덕여왕은 그제서야 신국의 평화와 망라사방의 기치를 이야기합니다. 거기까지가 여왕으로써의 소임을 다한 모습이었죠. 역적이 된 비담을 죽인 선덕여왕.... 그러나 선덕여왕은 비담의 죽음앞에 쓰러졌습니다. 여왕이 아닌 그저 한 여인의 모습으로 비담앞에 쓰러지게 된 것이였죠. 자신은 왕이 될 것이라는 의지와 목표를 세웠을 때 이미 덕만은 여인으로써의 자신을 잊어버렸습니다. 그것이 미실을 향한 복수가 되었건 백성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일보전진된 생각에서였던 간에 공주의 신분을 회복하고부터 여왕으로의 위치에 올라서기까지 철저하게 여인의 몸을 버렸던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비담에게만은 덕만은 여인이고자 했습니다. 한 여인으로 정인으로 가까이에서 함께 이상을 꿈꾸고자 했었지만 비담은 신라의 왕이된 자신과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10보 앞에서부터 점차 더 멀어지게 된 것이었죠. 그 멀어짐이 점차 30보로 늘어났었고, 70보라는 가물거리는 거리를 두게 되었고, 마침내는 보이지 않게 멀리 서 있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그 멀어졌던 거리가 비담의 힘겨운 행보로 다시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김유신의 귀에 읖조렸던 비담의 마지막 말은 다름아닌 덕만, 덕만아 라는 단어였습니다. 이는 여왕이 아닌 그저 일개 낭도였던 시절의 이름이었고, 왕이 아닌 공주의 신분이었던 때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그 자체가 반역이다 라는 말처럼 덕만은 왕으로써 비담에게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었죠.


왕으로 삼한일통이라는 대업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훗날 삼한일통을 이루어내기 위한 밑거름을 만들어주었던 덕만은 비담의 죽음과 시기를 같이 해서 죽음을 맞습니다. 삼한일통은 다음 세대에게 양위한 모습이었죠. 선덕여왕으로써 마지막 김유신 장군을 곁에 두고 흘렸던 눈물은 어쩌면 자신의 정인이었던 비담마저 버렸던 것에 대한 연민은 아니었을까요. 왕이 아닌 한낱 여인의 신분으로 비담을 곁에 두고 싶었지만 세상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그것이 역사라는 것이겠지요.
<본 리뷰는 역사적 관점에서 기술한 것이 아닌 드라마 <선덕여왕>에 대한 리뷰입니다. 역사적인 사건과는 별개로 받아들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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