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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야기

벌초갔다 만난 가을 진풍경에 빠진 사연

by 뷰티살롱 200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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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가을의 한가운데인 추석이 다가옵니다.
추석하면 풍요와 결실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데, 들녁에는 오곡백과들이 익어가는 모습이 상상이 가죠.
올해에는 10월3일이 추석이더군요.
어쩌면 지난주말에 추석준비로 벌써부터 벌초를 다녀온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고, 이번주말을 이용해 벌초를 준비하는 분들도 많이 있을 거라 여겨집니다.
일가친척 형님들과 어르신들과 함께 지난 주말에 벌초를 갔다 비로서 가을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쁜 서울생활이다 보니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벌써 시골에는 수확을 앞두고 과일들이 익어가고 있더군요. 대추나무의 대추들도 어느새 붉은빛깔을 띠고 있는 모습이구요.시장에 가면 벌써 붉게 익은 대추들이 팔리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쭈글쭈글해 있는 모습이 아니라 파란빛깔을 머금은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점박이 대추같이 보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을이 왔다는 것을 가장먼저 느낄 수 있는 건 고개가 숙여가고 있는 황금벌판으로 벌하고 있는 벼이삭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옛말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가 숙여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옛 사람들의 겸양에서 온 말들이 아닐까 싶더군요.


아직은 완전히 익어 추수시기는 아니었지만, 제법 영글어가는 벼이삭들을 보면서 올해에는 태풍이 피해갔으면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우리나라는 유독 추수철만 되면 태풍이 2~3개는 지나쳐가는 경향이 많았었는데, 올해에는 태풍피해 소식이 없었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추수한 햇쌀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이란 말이 새삼스럽게 새어나오는 듯 합니다. 밤송이는 아직까지는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살짝 벌어진 밤송이들이 보이더군요.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아마도 고등색 색채를 머금은 밤송이들이 금방이라도 떨어질것만 같더군요.
옛날 시골에 살던 어린시절에 뒷산에서 햇밤을 따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아직 채 입이 벌어지지 않은 밤송이를 따서 신발로 진이기며 속에 있는 알밤을 조심스럽게 따던 때가 말이죠. 옛날에는 운동화가 지금처럼 튼튼하지가 않아서 신발을 뚫고 밤송이 가시에 찔리던 일도 많았었는데, 그 때가 기억이 나더군요. 요즘에는 시골에서도 함부로 밤송이를 따면 안되지만 옛날에는 어른들 몰래 밤서리도 많았었고, 시골인심도 야박하지는 않았었는데.... ....


가을하면 생각나는 게 어떤 게 있을까요?
어른이 되서인지 어린시절에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길가의 꽃들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상식처럼 알고 있었는데, 그 기억이 어디로 사라져 간 것이었을까 싶더군요. 그렇지 않다면 도시의 콘크리트의 빼곡한 고층건물들의 그물속에 가려서 정작 자연에 대해서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더군요. 오랜만에 시골로 벌초하려다 들렸던 길가에는 어느새 코스모스들이 한껏 피었더군요. 언제 피었을까를 궁금해하기보다는 '그래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피었었지'하는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만연하게 피어있는 코스모스보다는 이제 갓 꽃망울을 피우며 하루가 지나면 흐드러지게 피어날 꽃봉우리가 예쁘게 보이는가 봅니다. 코스모스는 몽우리가 졌을 때 따서 친구들의 얼굴에 대고 눌러보면 안에서 마치 이슬을 내뽐듯이 물방울을 내뿜는데, 요즘에는 그런 장난들을 할까요? 몽우리가 커져 꽃잎이 벌어지려는 코스모스를 보니까 정말 가을이란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아직은 황금들녁이라는 말보다 초록과 황금색이 뒤섞여있는 모습의 시골풍경이었습니다.
벌초를 끝내고 일가친척 형님들과 이른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은 벌써 핵 지는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밤사냥을 준비하려는 듯이 밤나무에 자리를 잡은 거미도 분주하고 집을 엮어나가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마치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낚아서 거미집에 넣으려는 듯이 노을속으로 빠져들어가더군요.

이번주에는 벌초를 가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예상이 듭니다. 보통 한달전이나 보름전 미리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조상의 산소를 정리하는 분주한 모습이 많은데, 이번주에는 벌초도 하시면서 가을 풍경도 함께 즐겨보세요. 바쁜 일생생활 속으로 계절이 성큼 들어서 있다는 것을 느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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