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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혼 마지막회, 배우는 열연했고 결말은 허접했다

by 뷰티살롱 2009.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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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MBC 혼>

납량특집극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MBC 10부작 미니시리즈 <혼>이 마지막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10부작이라는 길지않은 시나리오 전개로 어찌보면 이야기하려 했던 바를 100%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 한 모습이 역력해 보이기만 하는 드라마로 보여진다. 잘된 드라마일까 아니면 졸지에 허망하게 끝이난 드라마일까에 대한 시청자들의 엇갈린 호불호가 존재할법한 드라마로 보여지지만 개인적으로 미완성에 그친 드라마로 남겨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미완의 드라마로 보여질까 아니면 걸작으로 보여질까

미완의 드라마라 칭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혼>에서 들려주고자 하는 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나(임주은)의 단지기억을 막아버린 신류(이서진)는 결국 자신이 점차 살인마로 변해가며 절대악인의 모습으로 그려질 법한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실상 신류는 절대악에 해당할 수 없는 캐릭터에 불과하다. 하나의 능력을 이용해 이 세상의 모든 악을 제거하려 했었지만 줄곧 신류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것은 다름아닌 인간성, 선에 대한 인간성이 존재했었다. 그것이 어쩌면 8회까지의 이야기가 될법하다. 마지막 2회의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에 해당한다. 기억을 잃어버린 하나와 자신의 존재가 과거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마주치기를 거부하던 신류는 결국 심판자로 변해가며 자신의 내면에 있던 악마성을 찾는다. 그렇지만 그 악마성이라는 것은 미완에 그친 모습이다.

사회적 정의를 빠져나갈 수 있는 악인들에게 단죄를 내리는 심판자라는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실상 신류는 악마성을 찾았다기 보다는 살인본능을 찾았다는 것이 옳다. 자신의 동생을 죽였던 원수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던 8회까지의 신류는 실상 자신의 손에 의해 일을 처리하지 않고 하나를 통해 살인의 향연을 즐긴다.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어 나가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결국 최대 악의 화신이라 할 수 있었던 백도식(김갑수)를 무너뜨린다. 아들을 죽이게 되는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간접살인을 하는 프로파일러의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그렇지만 한가지 의아스런 점은 신류의 악마성이 어디에서 발현되는가 하는 점이다. 신류의 악마성이 보여주어야 할 부분이 어쩌면 마지막 2회, 2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가 될 법한 내용이다. 2년후가 지난 뒤 신류는 결국 자신의 살인본능에 눈을 뜨게 되고 사회의 악인들을 처단하는 심판자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상 그의 살인행각은 드라마 프롤로그에서 보여지던 하나속에 있던 [내안의 악마]가 깨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보호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

드라마의 전개에서 보면 이상스럽게도 백도식과 신류라는 두 인물이 교차되는 부분이 있다. 다름아닌 하나라는 순수의 인간을 통해 살인을 행한다는 점이다. 신류는 자신의 원한을 갚기위해 하나를 이용했고, 백도식 또한 하나를 신류와 같은 형태로 이용함으로써 절대악인이라는 캐릭터를 완성시킨 듯이 보인다. 그런데 연결고리가 끊어진 듯한 느낌이랄까, 신류의 변화에서 악인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두개의 인격체, 살인을 저질르는 심판자와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서 교수로 전향한 신류는 실상 하나의 캐릭터다. 신류는 잠이 들지 않는다. 한개의 인격에서 두개의 인격체가 동시에 행동하고 자율자체로 제어한다. 여기에 신류의 악마성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맹점을 드러낸다.

연쇄살인범인 사이코패스에게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면서도 실상 신류라는 캐릭터는 지극히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띠고 있지만, 보호본능을 유지한 인격을 지닌 캐릭터다. 마음내키는 데로 살인을 계획하고 수술대 위에서 사람의 몸을 절개할 정도의 극한의 악마적 본성으로 치닫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악마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

드라마의 결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달아난 백도식을 쫓아가는 하나의 모습을 크로즈업함으로써 하나가 백도식을 죽였을 것인지, 아닌지 궁금증을 남기게 만드는 소위 열린 편집으로 결말을 만들어냈다. 달리 생각해보면 <혼>에서의 최대 악마는 다름아닌 신류가 아닌 백도식이라는 결론을 끌어내고 있다. 악인을 처단함으로써 점차 악마적 본성에 물들어가는 프로파일러라는 내용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라 할만하다. 어찌보면 드라마는 '악마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며 끊임없이 유혹한다'라는 명제를 내건 모습이다. 이같은 명제를 배경삼아 달아난 절대악마인 백도식이나 백도식을 쫓게되는 순수를 가졌던 하나는 또다른 악마성을 드러낸다. 그것이 바로 분노에 의해서라는 결말을 이끌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억지로 주제로 이끌어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혼>이 보여준 마지막 2회에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과연 이러한 주제에 얼마나 호응하게 될까? 2회라는 부분, 특히 2년의 시간의 경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류의 악마성은 발현되지 못했고, 단지 자신의 존재에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보여지기만 했다. 신류가 가진 몸부림은 심판자로써 살인을 하게 되는 자만의 죄책감이다. 그로 인해 신류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마성이 눈을 뜨는것이 두렵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진정한 악마성을 보여준 인물은 다름아닌 백도식이다. 자신의 아들을 직접 죽이게 된 상황에서 인간이 감내하기에는 힘든 '아킬레스건'을 뛰어넘음으로써 사실상 인간이 아닌 악마로 변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또한 미완의 악마로 결말짓는다. 혜원(이진)에게 거침없이 총을 쏘고 류뿐만 아니라 시우(건일)에게까지 총을 쏘며 죽음으로 몰아놓은 절대적 악마성을 선보였지만, 하나의 출현으로 창문으로 뛰어내린다. 왜? 분명 백도식은 하나를 겁내할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다. 결국 미완의 악마성을 드러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프로페셔널 작가주의가 아쉽다

드라마 <혼>은 사실상 두명의 시나리오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초반부와 후반부의 연결되지 않는 부자연스러움을 이같은 모순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베스트에 해당하는 작가들이 투입되어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각기 추구하는 색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점은 <혼>이라는 드라마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지진희와 손예진의 출연으로 드라마 초반 주목을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라는 드라마는 작가교체로 인해 시청자들이 외면을 받았던 드라마다. 작가가 추구하는 색이 다르기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들의 색깔도 변했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그에 비해 드라마 <혼>은 출연배우들의 색깔은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구심점이 어긋난 드라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낮은 시청율이라 점으로 후반 작업에 매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드러낸 드라마로 보여질 법하다.
수목드라마로 <아가씨를 부탁해>나 <태양을삼켜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혼>을 시청하면서 중반까지의 탄탄했던 드라마가 일순간 좌초하는 듯한 모습이여서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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