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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혼 9화, 신류가 된 백도식, 백도식으로 변해가는 신류

by 뷰티살롱 2009.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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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인 <혼>은 상당히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드라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프로파일러인 신류(이서진)에 의해 들려지는 범죄의 발생과 그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더 넓게는 인간의 욕망 등을 복합적으로 건드리고 있는 드라마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습때문에 실상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소름이 돋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법한 드라마다.

<혼>이 주목받았던 것은 무엇보다 빙의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하나(임주은)를 통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과정이었다 할만하다. 단죄의 방법을 하나의 또다른 내면, 두나(지연)을 통해 이끌어낸 모습이었는데, 이러한 두나의 살인행각이 공포스러움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했었다.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혼>은 오리무중의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는 모습이다. 달리 표현한다면 사건의 완전한 결말이 아닌 끝나지 않는 원점을 돌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트라우마였던 동생과 어머니의 죽음을 안고 있는 신류가 무너뜨려야 할 백도식(김갑수)를 영원히 공포속으로 이끌어놓았음에도 여전히 가시지 않는 갈증이 느껴진다. 아마도 왜라는 질문이 있기 때문일 법하다.

범죄자가 되어 붙잡힌 백도식으로 인해 드라마의 본질적인 선악의 구분은 종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 결말의 이면에는 새로운 선악의 경계가 생긴다. 마치 쪼개어진 두개의 조각이 하나로 합쳐진 듯 보이지만 실상 합쳐진 두개의 조각 사이에는 조그마한 빈틈이 생겨나 완전한 결합이 될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할까. 그 답이 어쩌면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프로파일러 신류는 백도식을 감옥에 보내며 2년의 시간이 흐른다. 동생과 어머니의 복수가 종결되었지만, 신류에게 또다른 갈증이 찾아온 셈이다. 그렇지만 신류는 범죄자는 아니다. 살인범을 변호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변호에 대한 댓가를 얻어내며 살인마를 양성해내는 최고의 악인처럼 보일 법 하지만, 실상 백도식이라는 인물을 꺾었다는 것 자체가 신류에게는 또다른 갈증을 부르는 결과를 초래한 모습이다. 그러기에 어쩌면 심판자가 되었던 것이었을까. 내면의 또다른 자신과 만나게 된 신류는 다름아닌 또 다른 백도식이 된다. 그렇지만 누구를 이용하는 백도식과는 달리 자기자신 자체가 백도식이 된다. 그것이 심판자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신류의 모순은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범죄자이기에 심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데에 있다. 인간을 단죄할 수 있고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 해서 살인함으로써 사회를 정화시킨다는 것은 사회를 살인자들의 세상으로 만들어놓는 것과 같다.

백도식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림으로써 자신을 공포라는 심연속으로 밀어넣었다고 했지만 실상 신류가 말한 "공포"와 "분노"를 백도식에게서 떼어놓지 못했다. 2년이라는 시간속에서 하나는 정상인과 같은 생활로 돌아갔지만, 그와 함께 신류와 백도식이라는 두 인물도 시간의 흐름속에서 변해갔다. 자신의 분노속에 깃들여있던 백도식을 응징함으로써 실상 신류에게는 백도식의 악마성이 자신에게로 찾아왔고, 백도식은 자신의 아킬레스로 인해 공포속으로 빠져들었지만, 신류가 지니고 있던 분노를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엇갈린 두 사람의 자리바꿈이 2년이란 시간속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범죄자들에게 냉혹하게 죽음을 안겨주며 심판자로 거듭난 신류는 백도식의 잔혹성과 절대악을 지니게 되었고, 백도식의 신류의 분노를 끌어냄으로써 인간의 내면을 건드린다. 바로 정상인이 된 하나를 끌어들임으로써 하나에게 분노를 심어주려 한다. 이같은 백도식의 모습은 신류가 하나를 통해 악을 처단하던 모습과 동질성을 띠고 있는 모습이다.

드라마 <혼>은 절대적 선이나 절대적인 선함은 존재하지 않는 드라마다. 누가 악인이고 어느 누가 선인이라는 공식자체가 모호하다. 두나의 영혼이 없는 하나에게 누구의 혼이 빙의될까. 백도식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나의 기억과 능력을 건드린다. 백도식의 영원한 아킬레스였던 아들의 죽음으로 백도식은 공포를 가지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만의 안정과 분노를 얻게 되었다. 악을 처단하기 위해 악의 한가운데로 들어선 신류는 사실상 또다른 백도식이 되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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