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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선덕여왕 26화, 엄태웅-숨겨진 연기본색을 깨워야 할 때다

by 뷰티살롱 2009.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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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MBC 선덕여왕>

월화드라마로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는 <선덕여왕>에서 엄태웅이 때아닌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름아닌 죽음을 맞은 천명공주(박예진)의 죽음앞에서도 얼굴표정 변하지 않는 표정연기에 대한 이유 때문이다. 아니 어찌보면 단순히 극중에서 천명공주의 죽음앞에서 슬픔을 연기해야 할 김유신의 모습에서 슬픔에 몰입되지 않았다기 보다 지금까지의 김유신이라는 드라마 상에서의 캐릭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감정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옳을 법하다. 성인 연기자로 바꿔면서 본격적으로 <선덕여왕>의 주요 배우진으로 교체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주인공들인 선덕여왕인 이요원과 김유신 역의 엄태웅은 제대로 주연배우로의 자리를 꾀차지 못한 까닭이다.

이는 어찌보면 주인공인 선덕여왕을 다루면서도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전반적인 주인공들의 모습이 나약하게 그려졌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덕만은 유신의 용화향도의 낭도로 들어갔지만, 상대적으로 극중에서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는 천애고아의 신분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김유신 또한 서라벌로 들어섰지만, 서라벌을 주름잡는 10화랑들에 밀려 제대로 기를 쓰지 못한 상태였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다 하더라도 차려진 밥상이 없다면 뜰 수저도 없는 것과 같다. 여왕으로의 성공기를 만들어간다고 해도 전혀 아무런 배경조차도 없는 상태에서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닌것이다.

천명공주의 죽음은 하나의 반전을 의미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지금까지 주변인으로 보여지던 덕만과 유신이 드라마의 주목받는 인물로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6화에서는 이러한 성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5화까지 연신 고함과 울음으로 점철하던 덕만은 더이상 고함지르기를 그쳤고, 김유신은 자신의 집안을 대표하는 명실공이 금관가야의 대표자로 굴림하며 대가야의 마지막 왕족인 월야(주상욱)와 만났다.

공교롭게도 앞으로의 모습에서 덕만은 자신의 세력들을 규합해나가며 미실(고현정)과 대적하게 되는 모습을 그려나갈 것으로 보여지며, 여기에 김유신은 오랜 신라의 계급세력이라 할 수 있는 성골체제에 대한 도전이 전개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엄태웅의 시험대, 만만치 않은 신예배우들

<선덕여왕>을 시청하다보면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비교대상이 되는 묘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즉 미녀여배우인 이요원과 고현정은 신라지배계층의 최고층을 향한 불꽃튀는 연기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경쟁관계는 나란히 선 두 여배우 즉 1:1이라는 용호상박형 대결구도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엄태웅이라는 배우에게는 하나의 시험대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김유신을 연기하는 엄태웅의 연기력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게 주연급 배우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김유신이라는 캐릭터에 버금가는 새로운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백제와의 전투에서 일거에 알천랑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이준기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준기를 비롯해 난데없이 나타난 미실과 진지왕(임호) 사이에서 태어난 비담 역의 김남길, 여기에 가야의 잔존 투쟁세력인 복야회를 이끌고 있는 월야역의 주상욱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제 2막이 시작된 듯한 <선덕여왕>에서 덕만과 김유신의 캐릭터의 성격이 전 회에 비해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김유신이라는 드라마상에서의 위치는 드라마의 흐름을 좌우할만큼 변화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그에 비해 알천과 비담, 새롭게 등장한 월야의 캐릭터는 제각기 독특한 성격묘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카리스마와 용맹을 겸비한 알천과 이중적인 성향이 돋보이며 천방지축격인 비담, 그리고 은밀하면서 비밀스러운 월야에 비한다면 김유신은 이제 드라마 초반에서나 보여질만한 성격묘사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라 할만하다.


더욱이 선덕여왕 역의 이요원에게는 팔색조 연기를 선보이는 고현정이라는 톱 여배우와의 연기대결이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엄태웅이라는 배우에게는 신예배우들과의 경쟁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선덕여왕>이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은 엄태웅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내는 김유신의 캐릭터에 관심이 높았었다. 이는 과거 <마왕>에서의 엄포스라는 닉네임을 만들어낸 연기자라는 점에서 기인된 까닭이기도 하고 주연배우로 영화를 통해 엄태웅의 연기를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얼마전 개봉된 <차우>에서 특유의 도회적 이미지와 코믹스러움으로 연기력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한 바 있지만 TV드라마로 마왕이후 오랜만에 출연하는 엄태웅에게 있어서 하나의 시험대에 서 있는 셈이다. 특히 기존 출연했던 장르와는 달리 사극이라는 장르에 처음 출연함으로써 새로운 도전과 같은 형상을 띠기도 한다. 그렇지만 1막에서의 김유신은 계속되는 성장통을 겪는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고수해왔고, 그 때문에 엄태웅에게는 연기력 논란이라는 좋지않은 시선이 붙게 되었다. 그 사이에서 알천랑의 이승효와 비담의 김남길은 정작 드라마 <선덕여왕>의 진짜배기 주인공이라 할수 있는 김유신의 캐릭터를 능가해 버린만큼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어모았다.

엄태웅, 숨겨진 연기본색을 깨워라

26화는 엄태웅에게는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된 모습이다. 기존까지 김유신을 옥죄던 가문의 실권이 김서현(정성모)에서 김유신에게 넘어간 모습이고, 이는 그동안 아버지인 김서현의 울타리안에서 잠자고 있던 김유신이 기지개를 켠 모습이라 할만하다. 본격적인 김유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의 주전경쟁은 항시 존재한다. 신인 연기자들이 독특한 캐릭터 구축을 통해 생각지도 않게 주연배우들을 뛰어넘는 모습도 흔히 일어났었다. 엄태웅의 연기력 논란은 아직까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극중에서 드라마의 흐름을 좌우하던 모습으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여배우로써 고현정과의 1:1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는 이요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자 신예배우들에 둘러싸여 있는 엄태웅에게는 그 자체가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알에서 깨어난 김유신을 연기하는 엄태웅에게 쏠리는 까닭도 이러한 연유 때문일까?
주저하지 말고 숨겨두었던 엄포스의 마력을 다시 표출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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