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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MBC 수목드라마 '내가가장예뻤을 때', 잔인한 멜로에 끌리다

by 뷰티살롱 202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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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되는 주중 드라마에 몇년 전부터 개인적으로는 많지가 않은 편이다. 그만큼 나이가 먹었기에 느껴지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최근에 방영되는 MBC의 수목드라마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우연찮게 시청하다 몰입되는 드라마 중 하나다. 처음부터는 그리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아닌 한편의 멜로드라마쯤으로 생각하면서 큰 기대감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생과 교생, 잘나가는 재벌 2세에 도예가의 자식과 흙수저를 갖고 있는 가난한 여자의 만남, 잘생긴 형제에게 사랑받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정의내릴 수 있을 법하다.

 

세라믹 아티스트를 꿈꾸는 미대생이자 서환(지수)의 교생으로 시골학교에 오게 된 오예지(임수향)은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는 여자다. 경찰이었던 아버지를 살해한 엄마 김고운(김미경)은 감옥에 수감됐고, 어린시절에 고모인 오지영(신이)의 고시원에서 구박덩이로 자랐다.

 

그런 예지에게 뜻밖의 인연이 찾아왔다. 비오는 날 학교에 가는 길에서 서환은 연잎으로 비를 가리고 가던 예지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예지에게 사랑은 사치나 다름없는 것과 같았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서환을 대했지만, 저돌적으로 다가온 서환의 형 서진(하석진)을 막지 못했다. 우연의 만남은 인연이 되고 서진의 가족은 예지를 자신들이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랬고, 그 바램은 이뤄졌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초반은 마치 한류드라마를 이끌어냈던 가을동화같은 연출이 돋보이는 드라마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특히 어린 학생의 신분인 환과 어른인 진 두 형제의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의 접근은 절제된 행동과 대사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해 보였다. 서진과 결혼하기까지의 예지의 삶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다 할만하다.

 

하지만 행복은 너무 빨리 찾아온 모습이었다.

 

6회가 지나면서 예지에게 찾아오는 건 고통과 불행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옥살이를 하던 엄마 김고운은 딸인 예지가 면회를 와도 단한번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면회거절로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엄마인 고운은 예지에게 연락한번 하질 않았다.

 

어찌보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는 오예지의 삶을 통해서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시간을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예뻤을 때라는 말을 전해주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 드라마의 진행이기도 하겠다.

 

불행은 가장 행복할 때에 찾아오는 것일까.

 

기업을 운영하는 김연자(박지영)는 아들 서진이 회사일을 함께 하길 바랬지만, 서진의 꿈은 다른 곳에 있었다. 잠깐의 회사일을 해줬지만 엄마인 지영과 돌아서며 자신의 꿈을 찾아서 떠났다. 오예지는 언제나 서진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바위처럼 든든하기만 했다. 시동생이 된 서환은 형수로 늘 고마운 친구처럼 도와주었고, 시아버지인 서성곤(최종환)은 예지에게 가장 넓은 조력자였다.

 

하지만 불행은 쉽게 찾아왔다. 남편 서진이 여전히 자동차 레이싱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흔쾌히 미국으로 보내줬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받은 채 말이다. 하지만 약속은 속절없다.

 

자동차대회에 참가한 서진은 실종됐다.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회를 거듭할수록 묘하도록 시청자들을 빨려들게 만드는 정통 멜로드라마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라는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유형을 따르고 있지만, 7회를 지나면서 반등의 요소들을 하나둘씩 숨겨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반전의 요소는 예지가 불행의 길을 가게된 결정적인 두 사건의 전말이라 할만하다.

 

하나는 바로 어린시절 아버지의 죽음과 엄마인 김고운의 유죄일 듯 하다.

 

어린 예지는 아빠의 죽음을 목격했고, 엄마의 손에 이끌려 살해현장에서 빠져나왔었다. 하지만 엄마가 살인자가 된 이유는 밝혀놓고 있지 않았다. 단지 총을 든 손과 피가 튀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진 전부다.

 

그로인해 예지는 어린시절을 힘들게 살게 됐다. 구박덩어리가 된 예지는 마치 신데렐라와도 같이 고시원에서 고모의 구박속에서 성장했다. 아빠의 유산이 예지에게 돌아가야 함에도 성인이 된 예지를 고모인 오지영는 죄인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엄마인 김고운이 출소하고 딸이 살아왔던 삶이 어떻했는지를 알게 됐다. 8년이란 시간을 딸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고운은 오지영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딸에게 돌려주려 작심했다. 악녀로의 변신이 예상되지만, 왠지 악녀가 아닌 딸을 향한 사랑으로 자신이 악녀가 될수 밖에 없는 처지가 바로 김고운이다.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점은 살인자가 된 김고운의 살해동기일 듯 하다.

 

왜 엄마인 김고운은 고모인 오지영에게 딸을 맡기면서까지 모든 것을 포기했던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점이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라 할만하겠다.

 

두번째의 터닝포인트는 남편 서진의 생존 가능성이라 할만하다.

 

8년이란 시간은 너무도 길기만 하다. 살아있는 사람이었다면 찾았어도 남았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진은 죽었을까 살았을까도 의문점이다. 단지 동생 서환은 8년전 미국의 한 병원에서 불에 그을린 시체 한구를 마주했을 뿐이다.

 

여러가지 추측을 해본다. 사고로 인한 혼수상태, 혹은 기억상실이 돼서 미국 어딘가에서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8년의 시간은 오예지에게 고통의 시간의 연속이었을거다. 아들의 시체도 찾지못해 하얗게 머리가 백발이 된 김연자(박지영)은 오예지의 작품전시회에 찾아와 훼방을 놓았다.  특히 서진의 행방불명에 반전을 선사할 캐릭터는 캐리 정(황승언)이다. 레이싱 선수와 나누는 대화에서 서진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의문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고 자동차 사고에 대한 미스터리를 쥔 캐릭터로 보여진다.

 

언제나 친구와도 같았던 시동생 시환은 미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다. 하지만 서환은 어린 학생이 아닌 어른이 됐다. 마치 형이었던 서진처럼 저돌적으로 오예지에게 다가온다.

 

드라마 '내가가장 예뻤을 때'에 등장하는 두 인물이 크로스오버랩되듯 주목된다. 한명은 어른이 된 서환(지수)이고, 또 하나는 출소한 엄마 김고운(김미경)이다.

 

두 사람은 예지(임수향)에게 한마디를 대던질 때마다 아픔을 준다. 하지만 그 아픈 상처의 말한마디는 오예지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나오는 말이다.

 

오랜만에 정통 멜로를 시청하는 듯한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회를 거듭하면서 마음을 끄는 요소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가를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상당히 역설적이기도 한데, 그 역설적인 사랑의 표현이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가 아닐런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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