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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화정 3회, 외로운 군주 광해...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by 뷰티살롱 201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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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월화드라마 '화정'에서 광해군(차승원)은 웃을 수 있는 날이 없어 보인다. 어렸던 정명공주(정찬비)도 숙녀가 돼 광해를 오라버니로 부르지 않고, 왕을 일컫는 전하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대신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에는 그리 불러야 하지만 둘이 있을 때에는 편하게 오라비라 부르라 했지만, 그럼에도 정명은 광해를 오라비가 아닌 왕으로써 불렀다.

왕실의 불행을 막고자 했던 광해는 자신의 뜻과는 달리 불행의 연장선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명공주에게는 둘도 없이 든든한 오라비였건만 세상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광해를 보았다. 임해를 죽인 것이 광해였고, 그 다음으로는 영창(전진서)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소리를 정명공주는 궁밖 백성들에게서 듣게 됐다. 옛말에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라는 말이 있다.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고쳐매지 말며 오얏나무 아래에서 관을 고쳐쓰지 말라는 말이다. 이는 달리 말한다면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인데, 광해의 모습이 꼭 그러하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은 모두를 살리려 했지만 공교롭게도 광해가 궐을 나섰던 때를 함께해 공주와 영창이 사라졌다. 서인들은 광해가 짐짓 영창과 공주를 궁에서 몰래 빼내어 어딘가에 가두어 놓았다고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광해는 정명과 영창, 인목대비까지 포용하려 했지만, 세상은 광해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오히려 광해를 의심하며 광해가 그들을 죽이게 될 것이라 여기고 있다.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광해에게는 최고의 정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어렸던 영창이 성장하고 대보름을 맞아 정명은 여덜살인 아우 영창을 데리고 궁 밖으로 나가 백성들의 삶을 엿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돈에 대한 관념이 없던 영창과 정명은 백성들에게 시비가 붙게 되고 백성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참담한 소문을 듣게 된다. 다름아닌 '임해군을 광해가 죽였으니 다음은 영창대군'이라는 소문이었다.

광해가 왕위에 오르게 되었을 때, 가장 큰 정적은 다름아닌 형인 임해라 할만했다. 서자들 중에서도 장자이자 형이었던 임해군 대신에 왕위에 올랐던 광해였고, 임해군은 자신의 입으로 왕위를 이어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라는 소리를 서슴없이 했었다. 급기야 반정을 일으키려 했지만 실패하고 유배길에 오르게 됐다. 2회에서 광해는 형 임해가 반정을 모의하지 않았을거라 굳게 믿었었지만, 마지막 엔딩에서 보였전 임해의 반전으로 충격에 쌓인 바 있었다. 대북파인 이이첨(정웅인)이 광해를 대신해 임해를 죽이게 됨으로써 왕실의 피바람은 잠재워진 듯 해 보였다.

하지만 영창대군이 나이가 들어 여덜살이 되자, 또다시 왕위 계승에 대한 불안이 일기 시작했다. 선조가 죽고 후사문제로 광해군과 영창대군을 거론했던 대신들의 대립이 점차 가시화되게 된 것이라 할만했다. 결국 영창대군이 최고의 정적이 된 것은 광해가 무능해서가 아닌 적통성이라는 점과 조정 대신들의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만해 보였다.

왕위에 올랐지만 광해는 외로운 군주였다. 연회를 열었지만 대신들 누구하나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덕형(이성민)마저도 자리하지 않았다. 이원익(김창완)은 오히려 신하들과 있는 자리에서 왕인 광해군도 신하들과 소통하는 법을 아셔야 할 것이라며 짐짓 다른 노선을 갈아탈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또다시 일어난 전란을 막기위해 천도를 계획했지만 이덕형은 광해의 천도계획에 대해 백성들이 안고가야할 고통과 재정의 어려움을 알린다.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고 대동법을 실시하면서 전란의 수습을 빠르게 이루어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선은 임진왜란의 고통과 피폐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황이었을 거다.

궁에서 사라진 정명과 영창의 행방으로 궁은 또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임해군을 죽였던 것처럼 서인세력은 광해가 영창대군을 납치해 어딘가에 가두어 두었다 여기며 왕을 압박해 나갔고, 인목대비(신은정)마저도 영창과 정명을 살리기 위한 행보를 시작하기에 나섰다. 다름아닌 영창에게 힘이 되어줄 세력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인목대비는 영창에게 힘이 되어줄 만한 세력으로 강주선(조성하)과 홍영(엄효섭)을 점찍었고, 그들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정명의 정략적 혼인, 즉 공주를 부인으로 맞게 되는 부마를 선택하게 이른다. 이덕형은 인목대비의 뜻을 두 사람에게 전하게 됨으로써 광해군과 영창대군 사이에 오가게 될 앞으로의 긴장감과 전개에 힘을 실어놓은 모습이다.

 

궁에서 사라진 공주와 영창의 행방을 무대뽀로 광해의 짓이라 단정짓는 서인세력의 대신들의 반감은 앞으로 광해군이 자신의 정적으로 어린 영창을 견제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왕이지만 여전히 대신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외로운 군주의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어린 주원(윤찬영)과 인우(안도규)를 두고 정명공주와 혼인하게 되는 운명을 맞게 됨으로써 두 남자의 오랜 우정도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모두를 살리고자 했지만 주위로부터의 압박으로 자신이 지키려 했던 사람들을 최대 정적으로 삼아야 했던 비운의 왕 광해, 어린 동생을 살리기 위해 혼인을 해야하는 운명을 맞은 정명공주, 그리고 왕위의 적통계승이라는 명분으로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 명분을 타고난 영창대군. 세사람의 운명은 비극을 예고한 모습이다. 또 다시 몰래 궁을 나가려던 영창을 만나게 된 광해는 어린 영창에게 '내가 무섭냐? 그래 나도 그렇다. 이렇게 작고 어린 네가'라며 영창을 자신의 최대 정적으로 인식하는 광해의 고뇌가 엿보였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MBC 월화드라마 '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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