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애환과 을의 고군분투가 눈물겨운 드라마 tvN의 '미생' 후반부는 장그래(임시완)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오상식(이성민)과 최전무(이경영)의 드러내지 않은 합의가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회사에서는 타협이라는 것을 모르던 오상식 차장은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미끼에 스스로의 신념을 내려놓고 한수 물러선 모습이다.

 

신념을 버린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자존심을 버린다는 말과 같다. 일종의 자신만의 스타일과 색깔 내지는 고집을 버렸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만하겠다. 장그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드라마 '미생'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이라면 한두번쯤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라 할만하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오는 괴리감이나 혹은 갈등을 회사라는 집단적인 이익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대립이 잘 녹아있다고 할만하겠고, 캐릭터들이 저마다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 수 밖에 없겠다.

 

같은 동기로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장그래와 장백기(강하늘), 안영이(강소라), 한석율(변요한)은 제각기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한데, 회사생활에서 한명쯤은 있는 캐릭터라 할만하다. 차분하고 계획성이 뛰어난 장그래를 비롯해, 자신의 능력을 최우선으로 치는 안아무인식 장백기, 능력은 좋지만 주위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은 안영이에 속한다. 또 부서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분위기 메이커는 한석율이라 할만하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그 때문에 부딪치고 대립한다. 그것이 회사이고, 때로는 좋은 대립은 회사의 발전을 만들어나가지만, 그렇지 못한 갈등은 회사를 퇴보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조화되어가는 모습은 드라마 '미생'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을 수 있겠다. 특히 영업3팀의 오상식 차장의 술마시고 넋두리처럼 외치는 말한마디는 직장인들이라면 아마도 십분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니들이 술맛을 알아?'라고 하는 말 말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었다. '마시면 다음날 속아프고, 마실때는 쓴 맛이 전부인데, 술을 왜 마셔?'하는 말에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글쎄 그 말이 맞다. 마시면 쓰고 다음날에는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은 것을 왜 달다고 하면서 마시는 걸까? 아마도 해답은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것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로 갈수록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최전무와 오상시의 대립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전개를 보이고 있다. 최전무는 자신이 밀고있는 중국 태양광사업을 오상식 영업3팀에게 전폭적으로 넘겼지만, 사실상 최전무의 사업계획은 화려한 팡파래를 울리는 달콤한 파이라기 보다는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라 할만하겠다.

 

최전무로부터 수주받은 중국 태양광사업은 일종에 요르단 박(김희원)이 저질렀던 회사의 비리사건과도 비슷한 유형으로 예상이 되기도 하다. 뼈빠지게 일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달랑 얼마 안되는 통장에 꽂히는 금액이 전부였었고, 박과장(김희원)은 그때부터 해외사업에 대한 리베이트를 업체들에게 요구했고, 급기야는 자신이 집적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이윤을 챙겼다.

 

최전무의 속내가 무엇인지 마지막 2회에서 밝혀지겠지만, 적어도 박과장이 행했던 과오는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하다. 적어도 회사의 부사장 자리를 놓고 5억달러 수주를 올린 심산이라는 계산이라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회사공금을 빼돌리는 실수는 하지 않을것이라 여겨진다는 얘기다.

 

 

후반부에 장그래의 정규직을 두고 전개되는 긴장감을 시청하면서 과연 현실적인 세상에서 장그래와 오상식 차장같은 인물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본다. 회사에서의 트러블이 생겨서 사직을 내는 당사자는 그런 생각에 빠질 때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갈까?' 하는 의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신이 회사를 떠난다고 해서 당장 문을 닫는 회사는 없다. 그것이 회사라는 단체가 갖고 있는 네임밸류이고, 힘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위기는 맞을 수 있지만 한사람으로 인해서 회사가 도산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장그래의 스펙은 현실에서 어느정도 가능할까? 사막에서 바늘찾기에 가까운 것이 장그래의 스펙이라 할만하다. 현실적인 장백기는 장그래를 보면서 자신의 스펙을 우월시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대기업 입사에서 인맥이 전무한 지방대 출신이 입사하는 것과 장그래의 입장이 유사해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일지 드라마 '미생'은 상징적인 캐릭터들로 가득차 있어 공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물이 오상식이다. 누구나 성공하기를 원하고 보다 많은 것을 가져가길을 원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상식은 현실적인 인물보다는 이상에 가까운 인물이라 할만하다. 흔히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몇달을 무일푼으로 함께 동거동락을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동료나 상사를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만년과장 자리를 지키는 오과장이지만 부하직원은 고달프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성과는 있다하더라도 회사에서 눈밖에 난 부서이니 승진은 찾아보기 어려우니 비참하기 이를데가 있을까?

 

성차별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 마부장(손종학)이나 인맥을 통해서 프로젝트를 미는 고과장(김희원)은 오히려 현실적인 인물에 가까운 캐릭터다. 그것이 감추어져 있는 장점을 보여주지 않고, 드러나있는 단점만으로 포장돼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부하직원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상사는 많이 있다. 하지만 팀 전체의 운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도박까지 하면서 계약직 사원을 구제하려 하는 오상식의 인간미는 현실적으로는 환영받기 보다는 오히려 현실속에서는 비난받는 인간형에 가깝지 않을까?

 

드라마 '미생'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한 모습보다는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하고 푼 이상적인 모습이기에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린 모두 미생이다. 완생이 되기 위해서 걸어갈 뿐'이라는 오상식 과장의 말처럼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위해서 부단히 부딪히고 깨어지기 마련이다.

 

장그래는 주재원을 통해서 태양광산업에 대한 전모를 알게 됐고, 오상식 과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지막 2회를 남겨둔 드라마 '미생'은 장그래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어쩌면 희망없어 보이는 미래일지라도 내일이 있기에 힘을 내는 직장인들이 많기에 '미생'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장그래의 희망같은 결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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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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