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을 들었다놨다하는 유치찬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SBS의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이 12회에서는 또한번 벅찬 감동으로 돌아왔다. 북한에서 탈출하는 강렬한 남녀로맨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박훈(이종석)과 재희(진세연)의 목숨건 탈출기는 심장을 콩닥거리게 만들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 한승희(진세연)을 재회한 박훈의 계속되는 '재희찾기'에 시청자들도 질려버릴만큼 지치게 만들기도 했었다. 단순히 재희찾기가 반복되는 모습에 지쳐버린 것이 아니라 요상스럽게도 차진수(박해준)과 한승희의 '과업달성'이라는 해괴망칙 미스테리에 궁긍즘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역효과적인 부작용마저 들게 만든  모습이라 할만하겠다.

명우대학병원을 넣고 대한민국으로 내려오게 된 차진수가 이루려는 과업이란 무엇일까? 웃기는 얘기지만 차진수의 과업달성에는 총리인 장석주(천호진)마저 손잡고 있는 모습이었으니 이 얼마나 요상망칙한 관계도인가 말이다. 결론인즉슨 차진수의 과업달성에 손잡고 있는 총리라면 빼도박도 못하게 만드는 간첩이라는 얘기가 된다는 얘기이니 궁금증보다 상상초월 드라마의 전개가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극반전이니 공감은 제로에 가까운 모습이라 할만했었다.

적어도 10회에서의 반복되는 박훈의 재희찾기는 시청율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찬물을 껴얹은 격이었고, 차진수의 과업달성 협박은 아예 불붙은 장작을 불속에서 꺼내어 모래속에 묻어버리는 형국이었으니 웃기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이쯤에서 한가지만 더 거론해보자. 총리와 대통령의 관계다. 장석주는 대통령과는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가 않아 보인다. 느닺없는 북한 핵도발 발언으로 대통령과 장석주가 나누는 대화는 촌철살인 코미디 한편을 보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다. 북한의 도발을 짐짓 두 사람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눈치로 보여지는데, 어찌 지난 회에서 보였던 대통령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보이기도 했었다. 남북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있는상황에서 느닺없이 터져나온 북한의 핵도발에 장석주에게 말을 건내며 북한의 요구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결국은 자본지원이 문제였던 것이었었나? 북한의 핵도발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평온하다는 뉴스에 못마땅해하는 장석주이니 다음에는 좀더 큰거 한방을 준비할 태세다. 무얼까? 이쯤되면 떠오르는 사건이 생각이 날 법하다. 두가지겠다. 천안함이거나 혹은 연평도거나 말이다.

정치적인 요소가 처음부터 코미디성 전개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장석주와 대통령의 관계를 보면서 시트콤 한편이라도 넣어놓을 태세이니 도통 몰입도는 제로에 가깝다고 할만하다. 정치적 요소가 안드로메다 환타지이니 자연히 초반 강렬했던 박훈과 재희의 로맨스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이방인의 12회의 엔딩은 또한번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최고의 엔딩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재준(박해진)의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린 대형사고를 쳤다 할만하다. 박훈이라는 캐릭터,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박철(김상중)의 의료실력으로 북한의 김일성 심장을 수술하기 위해서 북한으로 비밀리에 올라갔었고, 첫사랑인 재희와 탈북을 감행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캐릭터라 할만하다. 배우 이종석의 인기도가 60이라면 캐릭터가 차지하는 매력은 가히 나머지 40을 채운 완벽한 캐스팅이라 할만했다.


차려놓은 잔치상을 팽개쳐 놓다시피한 황당스러웠던 전개가 11~12회에서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주인공은 다름아닌 한재준이다. 닥터 이방인은 탈북의사인 박훈이 대한민국 의료사회의 모순에 부딪히며 성장해 나가는 전개가 볼거리라 할만했었는데, 이에 못지 않게 시선을 끄는 캐릭터는 한재준이다. 어릴적 의료사고로 부모님을 잃게 된 비운의 천재외과의인 한재준은 찬란하게 빛나는 왕궁인 명우대학병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보다는 명우의 이사장인 오준규(전국환)에게 복수하고자 명우대학병원에 들어온 인물이다. 한재준에게 명우는 자신이 성공해서 갖고자 하는 대상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부셔버려야 할 흉물스러운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명우를 부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부술 수 있는 권력이 생기는 법이다. 그 해법이 바로 장석주의 심장수술 집도의가 되는 것이었다. 명우대학병원에서 장석주의 심장집도를 위해 최고의 외과의를 뽑기위해 박훈과 경쟁해야 하는 한재준은 부득이하게 명우라는 퇴물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박훈을 이겨야만 했다. 찬란한 성에 공주가 살고 있었고, 한재준에게 성안에 살고 있는 공주 오수현(강소라)의 사랑은 자신이 부셔야 할 성을 차지하기 위한 거짓된 사랑이라 할만해 보였다. 야만을 위한 사랑이 아닌 파괴를 위한 사랑을 하는 캐릭터였으니 탈북의사라는 캐릭터와 비견할만한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음식에서 본질이 사라진다면 맛은 어떨까? 조미료 투성이로 입맛에는 더할나위 없이 단맛이 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음식이 주는 참맛은 사라져버리게 된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본질이 빠져버리고 반복되는 재희찾기에 알쏭달쏭 퀴즈풀이 정치판이 계속된다면 시청자들이 먼저 입맛을 잃어버리게 된다. 10회가 끝나고 느닺없는 황당수러웠던 전개에 아연실색했던 닥터 이방인 시청자들도 참 많았었다.


하지만 본질을 되찾은 12회에서는 닥터이방인의 참매력이 그대로 보여졌다. 장석주의 심장수술을 위해서 박훈과 한재준의 의술대결은 한편으로는 한숨나오게 만드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경쟁따위는 상관없다는 박훈의 장난짓에 또한번 메디컬 드라마의 의미가 되살아난다.

의사가 환자를 두고 수술경쟁을 한다는 모습은 그리 환영받을 만한 모습은 분명아니다. 자신의 실력을 내세우기 위해서 혹은 과시하기 위해서 환자의 목숨줄을 이용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잔혹한 모습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대결이라는 것이 단순히 자신들의 집도실력을 내세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너무도 매력적이라 할만하다. 박훈은 한재준과의 대결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오준규의 강압적인 결정에 따르기도 한다. 이미 오준규에게 무릎까지 끓어가면서 박훈을 내쫓기 위한 충성스러운 개가 되기로 한 한재준이었지만 박훈의 진짜배기 의사같은 모습에 자신도 어느샌가 동참해 버리는 모습이었다.

의료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자를 수술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경쟁에서 지게 된다는 엄포를 놓았다. 박훈은 이사장의 말은 무시한 채 수술준비를 한다. 어차피 한번 한재준에게 지면 그만이다. 처번째 대결에서 이겼으니 1:1의 상황이 되는 셈이다. 박훈에게 한재준과의 경쟁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닥터 이방인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죽어가는 환자를 상대로 의사들의 수술대결이라는 몰지각성 전개이기는 하지만 '그대로 환자 살았잖아'라는 박훈의 말처럼 경쟁이라는 구도를 말끔하게 치유해버리는 힘을 지닌다.

하지만 차진수는 박훈이 수술을 하게 된다면 한승희를 죽일 거라는 협박을 했다. 환자만이 전부인 박훈에게도 최대의 아킬레스건은 다름아닌 한승희, 자신이 재희라 알고 있는 한승희였다.


12회의 엔딩은 말 그대로 감동 자체였다. 추악한 명우대학병원의 오준규 이사장의 의료분쟁 환자에 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재준과 박훈은 동시에 수술실에 들어갔다. 의사들이 정작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장석주라는 총리의 심장을 수술하게 됨으로써 명우대학병원을 의료계에서 최고의 병원으로 올려놓으며 권력을 쥐는 것일까? 아니면 수술실에서 환자를 테이블데스로 만드는 것일까?

박훈은 의사가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실험용으로 삼으며 목숨을 앗아갔던 성장통을 겪었다. 의사는 때론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다. 신이 아닌이상 모든 환자들을 살려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훈의 아버지인 박철이 말했던것처럼 '진짜의사'가 되는 것. 창피해하며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정작 고개를 숙일사람들은 수술실을 내려다보는 병원관계자들이 아닌가. 고개를 들어 환자를 살리려하는 진짜의사들의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장면이었다. 

본질이 빠져버리면 심각한 이야기도 코미디가 되기 십상이다. 닥터 이방인 12회의 마지막 엔딩은 그야말로 메디컬 드라마의 본질을 보여준 모습이라 할만했다. 오준규의 의료분쟁에 대한 병원측의 광기와도 같았던 고집이나 오로지 흉부외과 과장자리를 놓고 박훈을 영입한 의사는 연신 박훈의 승리에 도취되곤 했었다.

이미 의료분쟁 환자를 수술하게 됨으로써 한재준은 박훈과의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경쟁이란 무엇인가. 정당한 경쟁은 아름답게 보여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조작된 경쟁이나 짜맞추어진 어거지성 반칙은 여지없이 지탄받는다. 한재준은 자신의 반드시 명우대학병원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 했던 자신의 욕심을 버렸다. 결국 환자를 선택한 것이었다.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은 수술실에 있는 의사들이 아니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참관석에 서 있었던 사람들이 부끄러운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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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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