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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구가의 서, 구월령에게 왜 부성애가 없는가?

by 뷰티살롱 201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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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현상이다. MBC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구월령(최진혁)과 최강치(이승기)는 아들과 아버지라는 신분이지만 구월령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정이 없다. 단지 소멸시키고자하는 욕구만이 있을 뿐이다. 왜일까?

한낱 미물도 자식에 대한 애뜻함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구월령에게는 아들에 대한, 자식에 대한 애뜻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강치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리려는 욕망만이 가득해 보였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모든 것들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려 할뿐 지키려하는 마음이 없다.

극적인 반전이 보여졌던 것이 '구가의 서' 17회에서는 담여울(수지)를 납치한 범인이 드러났는데, 놀랍게도 구월령이 아닌 조관웅(이성재)의 수하였다. 조관웅은 자신을 무시한 담평준(조성하)에게 분노하며 여식인 담여울을 납치했던 것이다. 좌수영의 이순신(유동근)의 편이 되어 자신에게 등을 돌린 담서평이 아니던가. 과거 신수인 구월령을 잡기 위해서 토포군이 되었을 때와는 달리 담서평은 조관웅과는 척을 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것이 조관웅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담여울을 납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 몰려있던 담여울을 구해준 것은 납치한 범인이라 여겼던 구월령이었다. 구월령은 조관웅의 수하들을 없애고 여울을 구해주었다. 하지만 여울을 데려가려 했고, 최강치와 맞붙게 되었다. 최강치와 구월령의 싸움은 아이와 어른의 싸움, 마치 골리앗을 상대로 싸우는 다윗과도 같았다. 하지만 다윗은 골리앗을 이기지 않았던가. 최강치 또한 구월령을 이겼다. 그렇지만 힘으로써 구월령을 제압했던 것이 아닌 진심을 통해서 구월령을 물러가게 했다.

무엇이 구월령을 주춤하게 했을까?

구월령은 최강치에게 아비에 대한 부성애가 없었다. 신수였을 때에 자신이 손대기만 하면 소생하던 힘은 더이상 구월령에게는 없었다. 단지 구월령에게는 소멸의 힘이 있을 뿐이었다. 원한이 사무쳐 천년악귀가 되려하는 구월령의 애초로움이 배우 최진혁을 통해서 깊은 우수의 눈동자로 표현되는 모습이었다.

헌데 구월령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련하게나마 신수였던 때에 자신이 사랑했던 서화를 기억하고는 있지만, 그 기억이라는 것은 마치 잘라진 필림처럼 불투명해있었다. 신수였던 구월령이 다시 부활하면서 기억들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버린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구월령에게는 서화와의 깊었던 사랑이 단지 기억의 한조각으로만 존재할 뿐 온전하지가 않았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최강치에 대한 애정이 없어진 것 또한 서화와의 온전하 사랑이 아닌 잊어버린 기억들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년악귀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억들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있는 것도, 자신이 존재하는 것도 모른 채 단지 악의와 분노가 구월령의 모든 생각을 지배해버리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소멸시키려는 강한 욕구만이 존재한다.

구월령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자신의 피가 흐르는 최강치만이 구월령 자신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음이란 구월령에게 마지막 남아있는 구원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담여울을 데려가려 했었던 것은 어쩌면 최강치의 분노를 극도로 높여 자신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되게 만들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과거 서화에 대한 감정이 최강치가 여울에게서 느끼는 감정과 닮았다. 사람이 되고자 했었지만 구월령은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놀라 달라난 서화(이연희)에 의해서 죽음을 맞았다. 허나 강치는 괴물로 버해버렸지만 담여울이라는 여인에게서 한없이 위로받고 있지 않는가.

신수가 아니면 천년악귀가 되어버리는 비운을 맞고 있는 구월령에게도 구원이 있을까?

조관웅의 진짜 목적이 밝혀졌다. 왜와 손을 잡고 나라를 뒤엎을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서 조관웅은 남도일대를 다스리는 통수권을 손에 쥘 수 있도록 손을 잡고 있으니 뒤통수가 움찔거릴뿐이다.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조관웅과 왜의 비밀협약은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마저 일게 만든다.

조관웅은 자신의 노림수가 온전하게 유지될 것이라 여기는 것일까? 아니면 마지막 순간에 어쩌면 나라를 배신한 죄값을 받게 되는 것일지 궁금해진다. 자홍명(윤세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서화의 숨겨진 의도는 무엇일까? 아들을 찾기위함일까? 태서(유연석)에 대한 노비신분을 인계받으려 한 데에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모정이 숨어있어 보일법도 하다. 어쩌면 자신의 아들이 백년객관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태서를 자신의 아들이라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최강치와 자홍명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 보여진다. 첫눈에 자홍명은 강치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려 하는 구월령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자홍명과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과거 신수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던 구월령의 모습에 토포군을 은신처까지 데리고 오지 않았던가.

구월령과 서화의 어긋나버렸던 인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강치와의 인연으로 말이다. 강치와 만나게 된 서화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될지 미지수지만, 강치로 인해서 구월령과의 틀어진 인연도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을지 기대된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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