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나인'은 케드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드라마다. 요즘같이 신파에 막장같은 전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공중파의 드라마 정국에서는 '나인 : 아홉번의 시간여행'은 완성도면에서나 몰입도에서 공중파 드라마의 여느 드라마보다 더한 박진감을 주는 드라마이기만 하다.

2012년의 박선우(이진욱)은 죽어가면서 손에 쥐고 있던 형 정우(전노민)의 향을 손에 넣게 되는데, 그것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갈수 있는 타임머신이었다. 타임슬립 드라마는 치밀한 구성이 필요하다. 미래의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게 될 때에 바뀌게 되는 역사의 흐름을 교묘하게 전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치밀함이 허술함을 띠게 되면 시청자들의 긴장감과 흡입력을 갖출 수 없다는 맹점이 있는게 타임슬립 드라마이다. 송재정 작가의 치밀함에 놀랍기만 하다.

박선우가 1992년으로 돌아가게 됨으로써 바뀌어진 미래의 상황들은 8회까지는 치밀함이 엿보이는 드라마였다. 몇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죽었던 형 정우를 다시 살렸다. 하지만 연인이었던 주민영(조윤희)는 박민영이 되었다. 가족의 행복을 찾은 대신(형의 행복을 찾은 것이지만) 자신의 행복은 잃어버린 것이었다.

주민영은 박민영으로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 시간을 바꾸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우는 민영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것은 박민영이 아닌 주민영이란다. 민영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자신의 이름은 주민영이 아닌 박민영인데, 선우는 자신에게 주민영이라고 부르니 이상하기만 했다.


아버지를 살리려 했던 박선우는 끝내 아버지 천수(전국환)를 살리지 못했다. 1992년 12월 30일 화재로 인해서 죽었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 향을 사용했지만 아버지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선우는 알지 못했던 비밀을 알게 되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형이 죽어가면서 찾아내려 했었던 신비의 향. 2012년을 살아가고 있는 선우가 1992년에서 볼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비밀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살려내려 했었던 형 정우와 엄마 명희(김희령)의 비밀, 나아가 자신이 그토록 복수하고자 했었던 최진철(정동환)과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1992년 12월 30일에 벌어졌던 사건을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볼수 있게 된 선우는 아버지가 형에 의해서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살인은 아닌 듯했다. 아버지 천수는 아내인 명희의 불미스러운 비밀로 화를 냈다. 결혼하기 전 엄마 희령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었다. 그것이 바로 최진철이었다.


정우에게 숨기고 싶었던 엄마의 비밀은 끝내 아빠의 죽음이 되고 말았다. 12월 30일에 벌어졌던 일이었다. 선우의 자신이 바꾸어놓은 시간이 축복이 아닌 저주라는 것을 친구 영훈(이승준)에게 말했다. 알지 말았으면 좋았을 가족의 비밀까지 알게 되었으니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갈 수 있게 된 것이 축복일리 없다.

더군다나 살아있는 형 정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선우로써는 이제 지옥을 살고 있는 것이 된 상황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20년동안이나 살아온 것에 대한 대한 분노, 자신의 친형이 아닌 배다른 형이라는 사실마저도 알게 되었으니 어찌 축복일 수 있겠는가.

선우는 아홉개의 향 중에서 일곱개의 향을 사용했다. 20부작이라는 드라마 전개상 이제 2개의 향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어떤 전개가 될지 다음회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더이상 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1992년 12월 31일 새벽 2시에 일어났던 병원 화재사건과 함께 향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선우는 타임슬립을 할 수 있는 향을 과거속에 놓고 미래로 돌아왔다. 이제는 더이상 시간여행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두개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는 얘기다.

치밀하다.

박민영은 끝내 주민영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의 죽음이 빨라졌음을 느끼게 된 선우는 민영에게 주민영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왜 자신을 박민영이 아닌 주민영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민영은 이상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선우가 들려주는 말은 '비밀이란다'


치밀하게 짜여져 있는 드라마 '나인'에서 타임슬립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면 어쩌면 1992년 12월 30일과 31일에 일어난 바뀌어진 과거의 살인에 있어 보인다. 정확하게 아버지 천수는 12월 30일 11시에 죽었다. 화재가 일어난 시간이다. 하지만 선우는 바꾸어놓았다.

그 시간에 병원을 찾은 것은 다름아닌 형 정우였다. 거기에 엄마 명희까지 병원을 찾았었다. 정확히 11시 이전에 두 사람은 병원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바꾸어놓은 시간은 12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형 정우는 11시에 병원을 찾은 것은 바꾸어놓지 않은 시간대다. 엄마의 방문은 12시가 넘어서 찾은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선우가 바꾸어놓은 시간의 과거이다.

치명적인 약점이라 할 만하다.

부원장 최진철이 병원을 찾은 것은 아버지 천수가 죽음을 당한 12시 이후라 할 수 있다. 약 한시간에서 두시간의 시간오류가 발생하는 듯한 모습인데, 타임슬립 드라마의 치명적인 약점이라 할만한 부분이었다.


즉 부원장은 바꾸어놓은 시간대와 바뀌지 않은 두개의 시간을 공존하는 듯하다는 느낌이 들기만 했다. 부원장이 병원을 찾은 것은 12월 30일 11시 이전이어야 정확하다. 하지만 선우에 의해서 바꾸어진 시간에서는 12시가 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어머니또한 마찬가지다. 형 정우가 아버지를 만난다는 전화를 받고병원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타임슬립으로 변화된 과거와 변하지 않은 과거의 상황이 혼란스럽게 뭉개져있는 상황이었다.

1992년의 선우(박형식)는 전화를 걸어서 아빠를 집으로 오게 만들었다. 그 시각에 형은 병원을 찾아왔고, 아버지와 정우가 만나기 이전에 엄마와 부원장 최진철은 치밀한 상황이라면 아버지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기 이전에 도착해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상으로는 그렇다.


이 풀리지 않은 의혹을 생각해볼때, 과거속에 남겨지 2개의 타임슬립 향은 다시 2012년의 선우에게 돌아오게 될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제3의 선우가 또한번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든다. 결국 보다 먼 미래의 선우에 의해서 2012년의 선우가, 그렇지 않다면 1992년의 선우에 의해서 2012년의 선우에게 마지막 남겨진 2개의 향이 돌아오게 될 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들었다.

아니면 그동안 조용하던 주민영이 반대로 타임슬립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든다.

사람들은 꿈을 꾼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꿈은 기억하지 못한다. 잔상처럼 무언가를 기억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은 게 꿈이다. 선우에게 박민영이 아닌 주민영으로 불리는 자신의 이름을 박민영은 마치 꿈속의 잔상처럼 느껴지게 될 듯하다. 어디선가 선우와의 다른 인연이 끊어진 필림속 영화처럼 생각나게 되지는 않을까 싶기만 했다.

종잡을 수 없는 드라마다. 슬픈 인연이 이어지게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슬픈 연가를 처음부터 계획했다면 작가 송재정은 나쁘다. 왜 이토록 슬픈 연가를 만든 것이란 말인가. 인남은 해피엔딩이었다. 드라마 '나인'역시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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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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