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58회, 허무하게 끝장나 버린 장무열의 음모

'아무리 해도 안되는기다, 동이는 무적 아이가....'
긴장감을 극도로 올려놓았던 MBC 사극드라마 <동이>에서 반격을 꾀했던 장무열(최종환)은 결국 자신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심이 와해되어버렸습니다. 행궁을 나선 숙종(지진희)이 없는 빈 궁궐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중전인 인원왕후(오연서)를 손에 쥐었다고 믿고 있었던 장무열은 숙빈(한효주)의 손발을 완벽하게 묶어놓았다 여겼습니다. 금군이 숙종의 행열을 호위하기 위해 궁을 빠져나간 터라 숙빈 동이와 연잉군의 호위해야 하는 군사들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 것이었죠. 장무열의 계략에 의해서 철저하게 군권을 장악하게 된 때문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풍전등화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중전의 제가만을 받게 된다면 장무열은 순식간에 동이를 옭아맬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장무열에게 필요했던 것은 명분

궐안의 군권을 장악했다 하더라도 장무열에게 필요했던 것은 한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물론 이미 출궁이 결정되어 있는 숙빈 최씨를 이현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암살하는 계책도 있을 수 있었겠지만, 여전히 궁안에는 동이를 지켜주는 호위무사인 금부도사 차천수(배수빈)가 버티고 있었고, 다수의 군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장무열은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소론대신들을 설득하고 군권을 이양받게 되었었죠. 그렇지만 그러한 일련의 계책들은 모두가 동이와 차천수를 압박하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운용할 수 있는 군사들이 줄어들게 됨으로써 차천수는 부득이하게 노론중신들의 사병을 끌어모아 숙빈 최씨인 동이의 출궁 가두를 경계하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무열의 숨겨진 계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장무열이 노린 것은 숙빈 최씨나 연잉군이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바로 숙종의 선위를 받게 될 세자(윤찬)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세자는 출궁하게 되었고, 그 출궁행렬은 숙빈이 가야할 길목과 일치했던 것이었습니다. 먼저 가두 주변을 경계하던 차천수는 갑작스런 세자의 행렬을 보면서 수상스레 지켜보았지만 그와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폭약이 터져버렸습니다.

사병들은 행렬 주변에서 폭약이 터지는 것을 보고는 세자가 아닌 숙빈의 행렬이 습격을 받고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고, 교전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명백히 세자를 노린 암습이라 보기에 충분히 보이는 모습이라 할 수 있었죠. 그리고 차천수는 장무열에 의해 붙잡히게 되었습니다.

이쯤되면 장무열의 숨겨져있던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에 충분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동이와 차천수 등을 군사적으로 압박시켜 스스로 자신들이 덫에 걸려들게 한 장무열의 비책은 어찌보면 기상천외한 발상이라 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장무열은 스스로 군권을 이용해 동이와 동이의 수하들을 제거하려 했던 것이 아닌 바로 명분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장무열의 계략을 와해시킨 동이

득의양양해서 궁으로 돌아온 장무열은 동이에게 그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너무도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자신의 계략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믿었던 것이었죠. 세자를 암살하려 했던 정황증거들을 만들어놓았으니 중전의 제가만이 떨어진다면 동이와 연잉군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여겼을 겁니다.

세자를 모해하려 한다는 음모를 포착했다면서 내지표신을 내려달라고 장무열은 인원왕후에게 청을 넣었습니다. 그러한 음모는 사실상 장무열 자신이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그 제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자를 향한 사병의 출현으로 장무열의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나갔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무열의 계략을 중전과 동이의 연합으로 송두리째 와해시키고 급반전된 결말이 보여졌죠. 군사들을 보경당에 배치시키고 중전의 제가를 기다리며 득의양양하게 숙빈 최씨앞에 나타난 장무열은 실소를 보내면서 금부도사 차천수가 붙잡히게 되었음을 알렸습니다. 그렇지만 군사들은 장무열의 명령을 따르기보다는 동이의 명령에 따라 장무열을 역으로 붙잡고 말았습니다.

장무열의 계략은 치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군사력을 장악하고, 중전에게 숙빈의 출궁을 앞당겨 달라는 청을 넣음으로써 숙빈과 노론을 압박시켜 그들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었죠. 그런 장무열의 계획은 동이에게 최대의 위기라 생각되었습니다. 분명 동이와 차천수 누군가는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는 장무열의 술수였습니다.

특히 출궁했던 숙종을 호위하던 서용기(정진영)는 밤하늘에서 떨어지던 혜성을 보면서 '누군가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죽든가'하는 다소 의미있는 암시를 보여주기까지 했었습니다. 숙종이 궁을 비운 사이에 장무열의 계획이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만 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출궁하게 된 숙빈 최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인해 숨을 거두었다고 하더군요. 드라마 상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각색해 어쩌면 동이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던 복선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최측근인 차천수가 장열하게 최후를 맞게 될 것인가 하는 예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동이가 내민 내지표신을 보는 순간 장무열의 계책이 이렇게까지 허망하게 보일 수가 없더군요. 결국 중전은 궁에 떠도는 소문에 대한 실체를 관철하게 되고, 숙빈의 출궁을 지연시켜 달라던 세자의 간청을 듣게 되면서 동이에 대한 경계를 풀었던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숙빈에게 한가지 확인하고자 했던 것에 대한 답을 중전은 들었던 것이었을까요?

어쩌면 행궁을 나섰던 숙종이 애초부터 계획의 일부로 숨겨놓았던 비책이라는 사건 문답풀이가 다음회에 보여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동이의 사건풀이가 보여질 수도 있구요. 지난번 장옥정(이소연)과 장희재(김유석)에 의해서 빼돌려졌던 조선의 국경수비기록이 담겨있는 등록유초에 대한 탈취작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었던 바 있습니다. 사건을 먼저 전개시켜 놓고 나중에 그 사건에 대한 해법을 문제풀이식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었죠. 

종영이 얼마남지 않아 동이와 숙종의 로맨스를 해피엔딩으로 엮어넣으려 하는 모습으로는 좋은 전개였었지만, 줄곧 동이와 연잉군의 위기를 보여주기만 했던 모습을 고려해본다면 장무열의 참패는 너무도 허망한 모습이 아니었나 싶기만 하더군요. 무언가 반전이 숨어있을거라 예상했던 동이의 출궁이었는데 말입니다. 숙종과의 재회를 통해 숙빈은 해피엔드를 맞이하게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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