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홍콩영화 한편인 '영웅본색'이 리메이크 되어 개봉한다는 소식이다. 물론 개봉하기 전이지만 왠지 기대감보다는 한편의 아류작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실망감이 먼저 드는 까닭은 왜일까? 어쩌면 원작인 '영웅본색'을 너무도 감명깊게 봤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벌써 '영웅본색'이 개봉한지가 30년이나 지났다고 아니 세월이 많이 흘러갔다. 중국으로 홍콩이 반환되기 이전에 홍콩영화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리던 황금기를 달리던 때였다. 당시의 홍콩영화는 무협영화와 액션영화로 나눠져 국내에서도 상영되는 영화들이 대박을 쳤었는데, '영웅본색'은 소위 그 당시 남자들의 로망으로 통할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홍콩느와르 장르를 구축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웅본색이 인기를 끌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까. 영화를 보게 되면 여성과 남성 관객의 반응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이기도 한 영화다. 영화 '영웅본색'은 남성취향의 색깔이 짙게 깔려있는 영화다. 우정과 형제애라는 두가지 주제가 깊게 깔려있고, 이런 형제애와 우정이라는 테마를 담은 영화들이 당시 1980년대 말 홍콩영화의 느와르 장르를 장악하다 시피 했었다.

 

국내에서도 장동건, 유오성, 서태화 주연의 '친구'라는 영화는 고등학교 시절 절친했던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세 사람의 구도는 '영웅본색'이란 영화와 닮아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단지 홍콩이라는 공간이 다르고 시대적인 흐름이 다르다 할만하다.

 

성공한 원작 영화들을 시간이 지나 리메이크로 여러 감독들이 심혈을 기울이며 재탄생시켜 놓지만 원작이 지니고 있는 힘을 넘어서기는 버겁기만 해 보인다. 비슷한 시대상황을 조명해놓고 인기배우들로 채워놓는다 해도 말이다.


영화 '영웅본색'은 어떤 작품이기에 근접하기 힘든 명작으로 남아있는 것일까? 조목조목 놓고 본다면 헛점투성이의 영화가 '영웅본색'이라는 영화이기도 하다. 빗발치는 총성속에도 주인공의 쌍권총에서는 탄환이 떨어지지 않고 발사되는 장면이란 가히 역대급 B급 영화라 할만하겠고, 한발의 총탄으로도 두어명의 사람들이 쓸러지는 모습이란 실소를 날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할만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본색'에는 놓치지 않는 것이 있다. 폭력으로 얼룩져 있는 영상이지만 그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와 하나뿐인 동생이기에 자신의 몸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형제애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주윤발과 적룡, 지금은 고인이 된 장국영 3인방이 풀어내는 형제애와 우정이라는 테마는 그렇게 남자들의 가슴속을 절절하게 파고든다.

 

범죄자이지만 소마(주윤발)와 송자호(적룡) 두 사람의 우정은 지옥의 수렁속에 함께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오우삼 감독의 작품인 또 하나의 느와르인 '첩혈쌍웅'에서는 청부살인자와 경찰을 등장시키는 남자의 의리를 대변시켜 놓고 있다. 절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의 두사람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엔딩으로 갈수록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영웅본색'은 시대를 담아낸 영화이기도 하다. 홍콩이라는 영국령에서 중국으로의 반환으로 이어지던 80년대 말의 시대적 상황가 맞물려 있었기에 필림속의 세상은 한편으로는 홍콩의 화려함과 향후 중국으로의 반환이라는 시대가 만나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고 있는 영화다.

 

그런 80년대 후반에 국내에서 개봉돼 인기를 모았던 '영웅본색'이 새롭게 리메이크돼 개봉한다니 기대하는 부분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아류작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홍콩영화의 느와르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본색'의 성공으로 그 시대 몇년 사이에 수많은 아류작들이 생겨났었고, 대부분은 남자들의 의리를 앞세운 영화들이었다. 수많은 아류작들의 등장은 홍콩 느와르가 쉽게 사그라들게 만드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부실한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남발출연 등이 원인이기도 했었다.

 

본연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영웅본색'의 흥행성공은 시대적인 방향이 한데 물려 그속에서 남자들의 의리와 형제애를 다뤄지만 무엇보다 적재적인 배우들의 캐스팅이 한몫을 했다고 할만하다.

 

특히 주윤발과 적룡 두 사람의 호흡과 두 사람 사이에 들어가 있는 장국영은 형제와 친구의 이미지가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할만하다. 인기배우라는 점에서 떠나 주윤발과 적룡이 보여주는 중후한 중년의 이미지와 이제 갓 경찰이 된 장국영의 다소 순진하고 소년스러운 애띤 이미지가 세사람들의 캐릭터를 적절하게 표현해 놓았다고 할만하다.

 

국내에서도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한편 있었지만 언제 개봉되었는지 알게 모르게 극장가에 등장했다 사라진 영화가 한편 있기는 하다. 톱배우를 캐스팅했지만, 원작인 '영웅본색'에서의 주윤발과 적룡 두 남자배우의 투톤 색깔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었던 듯 싶기도 해 보인다.

 

새롭게 리메이크된 '영웅본색4'는 1986년 개봉작인 'A better Tomorrow'를 리메이크 됐다고 하는데, 왕대륙, 왕카이, 마천우 세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다.

 

이들 세 배우가 얼만큼 원작의 분위기를 재현해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롱 바바리코트와 짙은 담배연기, 쌍권총과 썬그라스 등 영화 '영웅본색'으로 남자들의 의상과 패션은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었던 과거 1980년대 후반의 시대였다.

 

 

시간은 흐르지만 명작은 변함이 없겠다. 개인적으로 1959년에 제작되었던 헐리우드 영화 '벤허'는 아직까지도 명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여기는 편이지만, 리마스트로 깔끔하게 변화된 필림보다는 마치 필림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듯한 오래된 필림속의 영화 '벤허'가 생생하게 생각난다. 극장에서 대형스크린으로 보여지던 1980년대 영화들은 어딘지 모르게 스크린만이 지니고 있는 아날로그의 향기가 숨어있다. 빛바랜 사진을 보는 듯한 향수가 느껴진다고 할까.

 

영화 '영웅본색'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느와르 영화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되살리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해간다. 인터넷은 자신이 살고 있지 않는 지구 반대편의 세상을 보여주고 스마트폰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마치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듯이 대화를 나누게 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들은 존재한다.

 

원작이 주는 감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리메이크 작품이 나올 수는 있을까?

Posted by 뷰티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