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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라

국제시장(2014), 질곡의 시대 가장의 어깨에 두리워진 삶의 무게

by 뷰티살롱 201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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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개봉 사흘만에 백만관객을 돌파하며 2014년에 개봉하는 영화들 중 또 하나의 천만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탄생하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영화 '국제시장'은 부산의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부산 국제시장은 영화속에서 하나의 상징으로만 존재할 뿐 상인들의 이야기나 혹은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생각해 본 것은 시장에서 펼쳐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생각했던 전반적인 영화에 대한 상상과는 달리 '국제시장'은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2000년대 세대들에게 지난 과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과 부산간 시간의 거리는 ktx를 타고 3시간이면 도착하는 시대지만 과거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이동거리는 5시간이나 걸리는 먼 여정의 시간을 보내야 했었다.

 

 

얼마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윤제균 감독과 설민석 교수가 참석했던 라이브톡 현장을 찾았었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는데, 보다 영화를 관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대에서부터 2000년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면서 세대를 공감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영화는 50년대와 60년대, 70년대, 80년대 4개의 시대에 대한 에피소드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의 가장이 갖고 있는 삶의 무게를 짙게 깔고있는 영화다.

 

 

 

영화는 쉽게 웃으며 관람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른이 된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의 연예스토리와 결혼생활에서는 소소하게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 웃음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어딘지 웃을 수 없게 만드는 슬픔이기도 하다. 왜였을까?

 

어린 덕수는 6,25 전쟁이 발발하고 1.4후퇴를 맞게 된다. 영화의 첫 시작이자 1950년대의 시작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을 시작으로 백발노인이 된 덕수가 부산에서 영자와 나란히 앉아 과거를 회상하는 2000년대까지 이어지지만 120여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을 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1950년대의 시대는 잊혀지지 앉는 회상으로 남아있는 영화다.

 

1.4후퇴의 혼란속에서 덕수는 동생 막순이를 부여잡고 메리디스 호에 오르게 되지만 끝내 막순이를 놓치고 만다. 온 가족이 함께 피란행렬에 오르게 되었지만 막순이를 잃어버리게 되자 아버지 진규(정진영)는 막순이를 찾기 위해서 배에서 내리게 된다. 아버지와의 마지막이자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멍에를 어린 덕수에게 지우게 된 셈이다.

 

 

아버지에서 맏아들에게 전해지는 가장의 무게는 어린 덕수의 외로움이기도 하고 삶의 무게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한 가정에서 남자의 존재는 그리 크지는 않아 보이기도 하다. 특히 핵가족하되고 부모와 함께 살지 않게 되는 시대이기에 혹은 부부가 함께 맞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특별히 남자가 가족을 책임지고 인내해내야만 하는 가장의 멍에는 그리 크지 않아보이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70~80년대를 살아온 40~50대 중년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가장의 역할과 무게는 어떤 것이라는 것은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을 거라 여겨진다.

 

덕수에게 '이제부터 네가 가장인기라' 하는 아버지 진규의 마지막 유언같은 말에 의해서 어린 덕수는 부산으로 피난하게 된 가족을 돌보는 가장이 된다. 시장통에서 구두를 닦으며 친구 달구(오달수)를 만나게 되면서 어린 나이의 1950년대를 지낸다.

 

1950년대는 혼란의 시기였다. 전쟁의 상처도 그러하지만, 덕수의 눈을 통해서 경험하게 되는 부산의 국제시장은 삶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고, 고모인 꽃분(라미란)을 만나게 됨으로써 아버지가 없는 새로운 가족이 생겨났다.

 

 

혼란의 50년대를 뒤로 하고 1960년대는 가족을 위한 희생의 시간이라 할 수 있어 보인다. 어린 덕수는 성장하고 청년이 되어 본격적인 가장으로이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자리는 그리 즐겁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만은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

 

검정고시라도 마치기 위해서 돈이 없어 몰래 도둑강의를 듣던 덕수는 학원에서 쫓겨나게 되기도 하고, 가난한 가족을 위해서 외국으로의 광부모집에 응시하게 된다.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인맥도 없었고, 학력조차도 없었던 덕수였지만 체력만큼은 누구보다 떨어지지 않았던 탓에 1960년대 파독으로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부산의 국제시장은 영화속에서 단지 시간을 관통하며 하나의 상징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왜 국제시장이었을까?

 

 

덕수는 독일 광부모집에 합격하게 되고,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영자를 만나게 되는 운명을 맞는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덕수와 영자는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해외파독 비자만료를 목전에 두고 영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홀로 한국으로 입국한다. 헌데 덕수가 몰랐던 또 하나의 사실이 영자와의 결혼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자세한 것은 관람하는 것이 어떨까?

 

완벽한 가족의 형성을 이루게 된 덕수지만 여전히 가장의 무게는 어른이 된 덕수에게 어린시절 아버지 진규가 자신에게 했었던 유언같은 말을 잊지 못한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책임감이었다. 더군다나 막내 끝순이(김슬기)의 말한마디에 덕수는 또 한번의 인생모험을 감행한다.

 

바로 1970년대의 이야기로 넘어서게 된다.

 

 

세계는 한강의 기적을 이야기 한다. 1950년대의 전쟁을 경험하고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작은 나라라며 그 시절 1980~90년대 세계언론들이 내놓았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야기 했었다. 그 가능성을 이루었던 원동력은 어디에서 기인되었던 것이었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의 경제성장은 어찌보면 허구와도 같은 이야기들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과거 60~70년대 아버지들 세대들에게는 현재를 만들어놓은 기적이 가능케 했던 삶의 애환이나 다름없다.

 

1960년대 파독으로 1970년 월남 파병으로 이어지는 덕수의 인생여정은 어찌보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라는 커다란 맥을 함께 하며 관객을 울린다. 온 가족이 함께 살게된 덕수였지만 막내동생 끝순이의 결혼문제는 덕수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다시 한번 몸을 던진다.

 

 

덕수의 가족에 대한 헌신이라는 가장의 무게는 끝내 한쪽 다리를 부상당하는 불행이 이어지게 되지만 덕수의 희생으로 길례(장영남)의 가족은 행복의 문턱을 무사히 넘어서게 된다. 

 

한 가족의 성공신화를 논하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어린 덕수를 통해서 반세기동안에 펼쳐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 가장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흥남부두에서 잃어버린 동생 막순이와 그로 인해 잃게 된 아버지 진규의 자리는 오랫동안 덕수의 몫이 되었다.

 

1980년대로 넘어서면서 대한민국은 또 한번의 슬픔의 시간에 빠져든다. 바로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대기획이다. 1950년대 일어난 전쟁의 상처속에서 잃어버린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되는 이산가족상봉 특집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었고, 눈물짓게 만든 일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까지의 대한민국의 아픔과 성장을 담아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대한민국에게 하나의 의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과연 대한민국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그것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 한국이라는 나라는 2014년 현재는 K-POP의 문화에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외국 노동자들이 이주해 온 나라가 된지 오래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과거 60년대와 70년대 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혹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파병이라는 어깨의 무게를 짊어졌던 것처럼, 이제는 그 대상이 바뀌어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노인이 된 덕수는 시장통에서 외국 노동자를 대하는 젊은 세대에게 화를 내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인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를 되돌아보았을 때, 대한민국 역시 독일과 베트남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 나갔던 때가 있었지 않았던가 말이다.

 

과거가 없이는 현재는 없다.

 

덕수가 시장에서 초라하게 보이는 꽃분이네 점포를 끝내 놓지 못하고 월남으로 떠났었던 사연은 다름아닌 아버지와 동생 막순이를 이어주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탓이었다. 현대화에 밀려 과거의 상가들이 철거되고 친구 달구는 일찌감치 새로운 주류에 편승해 멀티플렉스를 갖게 된 노년을 맞게 되지만, 덕수는 여전히 꽃분이네 상가를 놓을 수가 없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덕수의 삶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삶을 물어본다. 여지껏 잘 살아왔던 것일까? 하는 물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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