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졌던 SBS의 <일지매>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기의 복면쓴 모습을 첫 화면에 등장시키며 왕실 보물창고인 내수고를 습격하는 과정을 그려보이며, 다소 눈요기꺼리라 할만한 CG와 와이어 액션 등을 선보이며 그야말로 화려한 입성을 하는 모습이다. 이미 방송을 시작한 MBC의 <스포트라이트>를 견제할만한 매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일지매가 동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스포트라이트를 제치고 정상의 자리에 올라갈 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모습을 보인다.
화려한 CG와 영상에 시선 고정
첫방송을 시작한 일지매의 모습은 다소 산만스러움이 묻어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준기의 일지매 분장과 내수고 안에서의 격투씬은 다소 신선한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겠지만 엉성한 CG처리는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듯한 인상이라고 할 수 있고, 특히 이러한 부분은 산만한 동작연결로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화려하게 출발하려 했지만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모습때문으로 어찌보면 약점이 된 듯한 모습이라는 얘기다.
특히 첫회에서는 시종일관 매화꽃이 흩날린다. 밤이나 낮이나 쉼없이 떨어지고 바람에 흩날이는 매화꽃은 영상미를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보여지곤 했지만 아무리 좋은 장면이라 해도 과하면 아니한만 못하다는 것처럼 지나친 영상미에 치우친 스토리전개는 어디에서 시선이 고정되어야 하는지조차도 불분명확하게 보여진다.
아역보다는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에 몰입도가 높은 것도 장점
드라마의 초반 승부는 언제부터인가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어린시절이 보여지는 아역배우들의 등장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할 정도로 최근 드라마들은 아역배우들이 연기비중이 높아진 것이 사실일 것이다.
<일지매>는 초반 내수고를 습격하고 화려한 무술씬과 CG를 지나서 곧바로 일지매인 겸이의 어린시절로 시간을 역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진다. 등장하는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이제 드라마상에서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고 것을 입증하듯 첫방송분에 등장한 일지매와 주요 인물들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는 아역배우들의 연기또한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아역배우들의 연기에 주목되기보다는 오히려 중견배우들의 연기에 몰입도가 높았다는 게 <일지매> 첫회의 느낌이다. 이원종과 이원호를 연기하는 조민기 등의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시선을 고정시켰다.
쾌도 홍길동의 코믹스런 모습이 자리하게 될지
과거 KBS2는 퓨전사극을 도입한 드라마를 내보낸 적이 있다. 다름아닌 <쾌도홍길동>이다. 우연일 수 있겠지만 당시의 방송편성은 SBS <일지매>와 MBC의 <스포트라이트>의 경쟁구도와 동일한 모습이다. MBC 측에서 방송된 의학드라마인 <뉴하트>에 가려 kbs2의 <쾌도홍길동>은 수목드라마에서 2인자의 자리로 물러나게 되긴 했었지만, 현재 방송되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와의 대결은 어찌보면 또다시 현대극 대 퓨전사극이라는 묘한 경쟁이 벌어진 셈이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퓨전 대 전문직 드라마라는 점이 동일한 모습이다.
홍길동이 <뉴하트>에 밀려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볼때 당연한 모습일 듯 싶다. 홍길동이라는 인물에 대해 한국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의적과 신출귀몰이라는, 또한 신분타파에 맞선 활빈당의 당수라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는데, 그러한 인물에 퓨전을 도입해 문제적 인물로 묘사하기도 했었고, 코믹을 감미한 것이 어찌보면 인기도에서 밀려난 원인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홍길동은 신분타파나 계급주의에는 관심이 없었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 셈이다.
일지매는 어떠할까.
사실상 홍길동과 일지매는 동일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조선시대 신분에 대한 불만과 서민에게 힘이 되어주는 의적이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의적이라는 이미지는 서민의 편이지만 한편으로 늘상 관군에게 쫓기는 신세다. 그렇지만 홍길동이나 일지매나 매일반 신출귀몰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뛰어난 협객 내지는 도사 혹은 무사로 생각되어진다. <쾌도홍길동>이 홍길동이라는 인물로 커가는 성장통을 그려내고 있었다면, <일지매>는 완전한 일지매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찌보면 요즘 세상돌아가는 모습에 대한 통쾌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이 적잖을 것이다.
경쟁작인 <스포트라이트>가 사회부 기자의 성장과정을 진중하게 보여주고 나아가 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면 사실상 코믹스런 <일지매>는 과거 <쾌도홍길동>이 그러하듯 동일한 싸움으로밖에는 보여지지 못한다. 이미 방송이 3회나 전개된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지진희의 열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진 모습이다.
일지매(이준기)의 내수고 잠입과 안에서의 격투씬은 어찌보면 앞으로의 전개에 진중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불세출의 도적이자 의적이었던 일지매는 사실상 서민들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어릴적 영화를 통해 보여진 일지매는 왜구에게 붙잡힌 조선인을 구출해내는 모습이었다. 70~8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였지만 기억이 선하다. 첫방송을 시청하면서 CG의 처리는 다소 엉성한 시작이었지만 기대를 걸어볼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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